오피니언

[동십자각] 개방시장 경제의 암(癌)

요즘 공정경쟁당국이 일으키는 칼바람이 꽃샘추위보다도 더 매섭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담합행위(카르텔)를 한 정유업계에 1,051억원, 유화업계에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뿐이 아니다. 현재 공정위는 세제, 포털사이트, 교복ㆍ학원비 등 교육산업의 담합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징계를 받는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난 2월까지 부과된 과징금만도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담합행위는 시장경제에 대한 ‘공공의 적’으로 간주된다. EU는 카르텔에 대해 ‘우리 공동체가 기초하고 있는 개방시장경제의 암(癌)과 같은 존재’(2000년 9월 북유럽경쟁정책 국제회의)라고 규정했다. 미국도 담합행위를 경쟁정책의 공적으로 간주하고 중죄로 처벌하고 있다. 2004년 담합행위에 따른 벌금의 한도를 소비자 피해액의 2배까지 높였고 위법행위에 가담한 기업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임원들이 미국에서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카르텔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담합이 시장경제의 기본작동 원리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카르텔은 기업간 상호경쟁을 억제하고 독점이윤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는 곧 소비자가 누려야 할 후생을 ‘강탈’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담합 적발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체제가 성숙해가는 전환기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과거 같으면 행정지도 등의 이름으로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개입, 조절했겠지만 이러한 비공식적인 시스템이 사라진 반면 이를 대신할 경쟁체제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까닭이다. 담합행위를 하다 적발된 국내 기업들의 항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다름 아닌 “정부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명실공히 글로벌 플레이어들이다.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면서 경쟁을 하듯 국내시장에서도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페어플레이만이 기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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