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FTA가 통신산업에 미치는 영향

오는 6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는 한미 지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열린다. 지금까지의 협상이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주고받는’ 형태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FTA 찬반 논쟁도 이에 맞춰 점차 격해지고 있다. 다행히 양측 모두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와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한미 FTA가 몰고 올 파급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서비스 분야는 FTA 이후 교역량 변화 예측 등이 쉽지 않아 그 파급효과를 예상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국가경제에 잠재적 위험될수도 통신서비스 역시 시장변화 예측이 어려워 상반된 견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한미 FTA로 인해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견해와 시장 개방으로 국내 통신시장이 피폐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물론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통신시장의 개방은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 모두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로 인한 통신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통신서비스가 갖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먼저 통신서비스는 도로ㆍ항만ㆍ전기 등과 같이 국가 기반의 인프라와 비슷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익성 확보가 요구된다. 또한 단말기ㆍ장비ㆍ콘텐츠 등 전후방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커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아울러 높은 수익성과 테스트베드 역할도 국내 통신산업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국내 통신서비스의 네 가지 특성 때문에 정부는 통신산업의 일정수준 보호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수익성과 테스트베드의 중요성을 감안해 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개방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는 외자 지분 제한 완화 및 사업자의 기술선택 보장 문제가 공익성을 훼손하거나 국가경제 기여도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자 지분 제한 완화는 현재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 한도 49%를 완화하라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외자의 경영 참여가 늘어난다면 경영투명화 제고, 경영 효율성 증대, 주가 부양 등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은 지역에만 집중하면서 보편적 서비스 제공 의무에 소홀하게 되거나 이익중심의 경영으로 장기적인 성장이 위협받을 수도 있으며, 나아가 지분 확대를 빌미로 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들은 통신서비스의 공익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술선택 자율성의 경우 통신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 정책에 따라 ‘등 떠밀리는’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각 사업자별로 기술검토를 시행하면서 중복 투자가 발생하거나 조기 상용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으며 원천기술 확보 부족에 따른 기술종속 심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통신서비스의 국가경제 기여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익성 심사등 제도보완 검토를 이렇듯 한미 FTA가 통신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잠재적 위험이 커 정부당국의 신중한 정책적 결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 통신서비스의 경쟁력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파악 작업과 한미 FTA의 손익계산서 작성이 필요하다. 한미 FTA의 협상 대상에는 통신산업보다 훨씬 경쟁력이 낮은 분야가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통신시장이 보호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장 개방이 확대될 수 있다. 물론 현재 국내 통신사업자의 체력으로도 이를 감당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개방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내 통신서비스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익성 심사나 엑슨플로리오법 도입 등의 추가적인 제도적 보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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