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아프가니스탄 반정부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무사귀환을 그토록 바랐건만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것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탈레반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스스로 무도한 무장집단임을 입증한 이들의 비인간적인 발악에 나머지 22명의 안전도 걱정된다. 추가살해 위협을 하고 있어 구출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인명살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 속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프간 국민에게 봉사활동을 하러 간 사람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것은 이슬람 교리에도 크게 어긋나는 비인도적 만행이다. 민간인을 납치해 돈 주면 석방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해하는 것은 자신들의 외세배격 투쟁이 허울뿐임을 스스로 증언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한시라도 빨리 인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구출이 시급하지만 성급한 군사작전은 피랍된 한국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 동맹국과 손잡고 탈레반을 압박하면서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구출작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피랍된 지도 벌써 10일이 돼간다. 탈레반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인데다 강온파의 대립도 심각해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인질들이 놓여 있는 환경도 열악해 건강 또한 우려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민은 해외여행 안전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납치 살해사건의 교훈을 살렸으면 이번과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불과 3년 전의 일인데도 우리는 까마득한 과거처럼 잊고 있었다.
전국민 해외여행시대에 앞으로도 한국인이 납치 등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여행위험지역 등의 신속한 정보제공과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도 자신의 안전은 자기가 지킨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불행을 예방하는 길이다. 다시 한번 정부는 나머지 22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국민은 뜻을 모아 이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