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인회생' 브로커 활개

보험설계사·회사원서 교회목사까지…<BR>신청서 작성 대행 '고시족'도…피해 급증

“신도들 중에 개인회생 신청할 분들 많습니다. 소개료만 챙겨주십시오.” 최근 서초동의 유명 A법무사사무소는 한통의 전화를 받고 발칵 뒤집혔다. 전화를 건 사람이 성직에 몸담고 있는 서울의 한 개척교회 목사였기 때문. 이 목사는 소개료로 법무사 수임료의 15%를 당당히 요구해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최근 개인회생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틈새시장에서 ‘떡고물(소개료)’을 노리고 활동하는 브로커들이 급증하고 있어 개인회생시장이 혼탁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A법무사사무소의 S팀장은 “40대 보험설계사 아줌마에서부터 컨설팅회사 과장에 이르기까지 커미션을 노린 다양한 브로커들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하느라 본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S팀장에 따르면 특히 고객들의 재무상태를 훤히 꿰뚫고 있는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전화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브로커 역할을 뛰어넘어 독학으로 개인회생ㆍ파산 법령을 체득, 신청서 작성까지 대행하는 이른바 ‘고시족’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의 영업행태는 A4 용지에 ‘개인회생ㆍ파산 저렴하게 신청해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은 광고전단지를 법원 근처에 붙여놓는 것. 전화 통화로 확인한 대치동 인근의 고시족 브로커 C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건당 40만원씩 총 30명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했다”고 털어놓았다. 불과 석달 만에 1,200만원(월소득 400만원)의 ‘짭짤한’ 재미를 본 셈이다. 그는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지난해 상반기 개인회생이 뜬다는 얘기가 있어 일찌감치 공부를 시작했다”며 “요즘에는 파산사건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이비’ 법조인으로 인한 폐단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한 회생위원은 “변호사나 법무사들은 신청서류에 위임장을 첨부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절차를 진행시키지만 이들은 이런 책임이 전혀 없다”며 “부실한 접수 때문에 신청이 기각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채무자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신청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고시족’ 브로커를 만나 피해를 당한 강북의 배순자(가명)씨도 “처음 접수를 마친 후 석달 동안 보완서류를 제출하느라 법원을 다섯차례나 들락날락했다”며 “수임료 몇 십만원 아끼려다 나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고 아예 나 홀로 신청을 하거나 전문 법조인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