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는 오는 10월 열 계획이던 시민체전을 취소했다.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전염 우려로 취소됐지만 결과적으로 시는 재정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우게 됐다.
김천시가 체전 취소로 아낀 예산은 부대행사를 포함해 총 10억원에 불과하지만 희망근로ㆍ한시생계보호 등 정부 사업을 수행하느라 올해에만 8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1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김천시청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일괄적으로 삭감하고 이자수익도 감소해 총 2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며 "아낀 예산으로 그간 미뤘던 마을길 포장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에 지방재정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간다. 지방재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실정이다. 가을이면 앞다퉈 열리던 각 지역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신종플루가 지방재정의 '효자'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계획했던 사업들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교부세 157억원이 줄자 광한루 공영주차장 건립사업을 내년으로 미뤘다. 예정대로라면 8월에 완공됐어야 했지만 터 매입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올초 극심한 가뭄을 겪은 태백 등 강원도 남부 지역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 역시 국고 사업비 전액이 미반영되면서 사업이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의 무료급식비 예산이 도와 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결국은 재정의 문제다.
강원도는 지난 5월 초 '재정 조기집행 평가 결과'에서 우수 광역자치단체에 선정돼 7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 1,365억원의 '급전'을 빌려 쓰면서 4월까지 지급한 일시차입금 이자가 3억4,700만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로 받은 금액 중 절반을 이자로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