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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인근 골목에 자리잡은 한 사무실. 30평 남짓한 공간에 놓인 긴 테이블에 20여명이 모여 있다.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았으니 같은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겠거니 생각했다면 큰 오해. 공간만 함께 쓸 뿐 이들이 하는 일은 제각각이었다. 일부는 혼자, 일부는 2~3명씩 같이 모여 노트북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앞에 놓인 서류는 이미 형광색이나 빨간 색 밑줄 표시로 채색돼 있었다. 공통점이라곤 사무실에 흐르는 진지함뿐. 어떤 이는 한숨 돌린다며 공간 내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리필하며 책장을 둘러봤다.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은 이는 두꺼운 노트와 서류를 들고 한층 아래 데스크탑이 구비된 미디어랩실로 내려갔다. 미디어랩실 옆 작은 미팅룸에서는 소그룹들이 스크린을 띄워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곳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예비창업자에게 협업 공간을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이기 때문이다.
최근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로 다른 직업 또는 관심사를 지닌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협업공간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뜨고 있다. 월 30만원이면 충분한 저렴한 이용료와 사업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불과 1년 만에 회원수가 5배 이상 급증한 곳도 등장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운영업체는 2010년 ‘코업:여럿이 함께’가 첫 선을 보인 후 현재는 11개까지 늘었다. 회원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설립한 ‘D.Camp(디 캠프)’의 회원수는 2010년 799명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6배가 넘는 4,799명으로 급증했고 연간 누적이용자수도 1만5,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코워킹스페이스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무실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서울 시청역 부근의 ‘스페이스노아’와 합정동 ‘갈라’는 매달 10만원, 역삼동의 ‘허브서울’은 20만원만 내면 한달 내내 이용할 수 있다. 사무실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걱정인 대부분 예비창업자나 1인 소셜벤처 사업가들에게 저렴한 공간비용은 분명 큰 장점이다.
제약도 거의 없다. 빈 공간이 있으면 그곳이 내 자리이고 사무실이 된다. 필요하면 주위에 있는 복사기, 팩스 등 사무기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1인 예비창업자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혼자라고 흘낏대는 이도 없고 조언을 받고 싶으면 옆에 있는 이들에게 부탁하면 된다. 뜻하지 않게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사업파트너로 삼는 행운도 종종 얻을 수 있다. 대부분 1,000~1,500원만 주면 마실 수 있는 커피는 보너스.
사업 구상을 혼자 하는데 도움을 청할 이가 별로 없다는 점은 1인 예비창업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고민거리. 이때는 운영업체에서 제공하는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에 기대를 걸 수 잇다. 전세계 주요 6개 도시에 5,000여명에 달하는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커뮤니티 ‘더 허브’의 공식 한국 지점 ‘허브서울’은 매주 금요일 브런치 시간을 마련해 이용자들 간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스페이스 노아’도 매주 개인사업모델 발표와 토론, 명함교환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연다. 특히 ‘D.camp(디캠프)’ 는 매주 목요일 국내외 창업가가 진행하는 멘토링제, 1개월마다 사전에 섭외된 시장 전문가 패널이 예비창업가의 비즈니스모델을 검증하거나 예비 창업가 캠프, 네트워킹 행사인 D.Party 등을 열어 네트워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을 갖지는 말라.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해 성공한 벤처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여행 중계 소셜업체 ‘마이리얼트립’, 노숙자 재활 소셜기업 ‘두손 컴퍼니’, 인력거 서울 투어를 제공하는 ‘아띠인력거’, 한국비트코인 거래소 ‘코빗’ 등 많은 소셜벤처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우 스페이스노아 대표는 “많은 이들이 창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적으로 벽에 부딪치는 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코워킹스페이스는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민간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