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자회사인 정석기업이 오는 7월 말 이전에 분할·합병한다. 지난 2013년부터 숨 가쁘게 이어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2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는 물론 자회사 지분 처리 부담도 덜면서 한층 강화된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진그룹은 23일 오전 이사회에서 정석기업을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해 투자 부문을 한진칼과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사업 부문은 한진칼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분할·합병 마감시한은 7월 말이다.
정석기업은 부동산관리 사업을 하는 비상장 업체로 '한진칼-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8월 지주사인 한진칼을 출범시키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닻을 올렸다. 지난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32.8%로 끌어올리고 한진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5.3%)을 매각한 것도 지주사 체제 구축의 단초를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앞으로 한진그룹은 지주사 체제 아래 자회사가 다른 자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한진이 가진 대한항공 지분 7.95%만 처분하면 된다.
경영권 승계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구설에 시달리면서 조현태 부사장이 후계구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이 지주사 전환완료 유예기간을 석 달 앞두고 한진칼과 정석기업을 합병하기로 한 것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한진의 자회사 지분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으로 그룹 구조는 '한진칼(지주회사)-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자회사)-22개 물류 계열사(손자회사)'로 단순화된다.
조양호(사진) 회장은 현재 한진칼 지분과 정석기업 지분을 각각 15.6%, 27.2%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진칼의 순자산가액이 정석기업의 3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통합 한진칼에 대한 조 회장 지분은 18%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으로 손자회사였던 ㈜한진은 자회사로, 증손회사였던 22개 계열사는 손자회사로 승격되면서 '증손회사 지분 매각 또는 100% 취득'이라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게 됐다.
한진그룹의 이 같은 지주사 전환은 삼성·현대차·SK 등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업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출범 70주년을 맞은 올해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2013년 기준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452.4%로 10대그룹 중 가장 열악한 재무환경에 처해 있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14년 기준 부채총계가 21조2,646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5.4% 올라갔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은 자체 자구안을 이행하며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