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글로벌 포커스] 부동산 침체·고유가·약달러 '트리플 악재'에 "골디락스 끝나간다"이머징마켓 수혜·추가 금리인하 카드등 여전히 유효월가선 "2차 오일쇼크때와는 다르다" 연착륙에 무게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미국 경제가 고물가ㆍ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 객관적 환경을 종합해 보면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주택 경기 발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쇼크와 약 달러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고조되는 등 트리플 악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미 경제가 지난 2003년부터 5년간 이어져온 '골디락스(성장 속 물가안정)'의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80년 대 초 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때완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거론된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향해 달려가면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 지표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 지난 3ㆍ4분기 중 미 경제성장률은 3.9%로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인 2%를 약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 경제에 미치기까지는 적어도 3개월이상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3분기 성적표는 현재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하강에 대한 신호는 분명하게 포착되고 있다. 산업 생산이 지난 8월 0.2% 증가에 그친 데 이어 9월에는 0.1%로 떨어졌다. 고용 시장도 아직까지 우려할 만하지는 않지만, 고용증가는 둔화추세가 뚜렷하다. 지난 1년간 월평균 16만개씩 증가했던 신규 일자리는 지난 9월까지 최근 3개월 동안 9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와 고유가의 충격으로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있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 부진과 고용 축소 등 연쇄적인 부작용을 낳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중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의 99.5에서 95.6으로 하락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남부를 초토화했던 지난 2005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낙관론을 펼치던 벤 버냉키 FRB의장의 경제인식도 달라졌다. 버냉키의장은 지난 8일 상ㆍ하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경제성장은 현저히 둔화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과 달러 약세로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미국이 매우 심각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집값 하락으로 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월가의 분위기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미국 경제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이머징마켓으로부터 수혜를 입고 있고, FRB도 경기하강의 조짐이 보일 경우 금리인하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기업이 전체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률 0%대의 경 착륙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 4분기 중 경제성장률이 1%대 그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 경제의 경착륙 여부는 일단 주택가격 하락과 국제유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 하락을 골드만삭스는 15%, 영원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5~20%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20%이상 떨어지면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기 침체 보다는 물가상승을 더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 약세, 중국 발 수입물가 상승이 인플레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FRB가 추가 금리를 단행할 것으로 보여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많다"며 "FRB가 금리를 다시 인상할 때 까지 인플레 압력을 어떻게 조율할 것 인지가 미 경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14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