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재무적 투자(PI)와 투자은행(IB) 업무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기준을 조정해 자본 확보 부담을 대폭 낮춰준 것이 주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IB 등의 영역에서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 증권사의 역할이 커져 증권 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8일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를 위한 증권회사 NCR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NCR 산출 기준이 현행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누던 방식에서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빼고 이를 필요 유지자본(최대 2,000억원)의 70%로 나눈 비율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들이 필요 이상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 증권사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산출 방식뿐 아니라 각 항목에 포함되는 기준도 변경하기로 했다. 우선 IB 업무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3개월 이상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이 아닌 총위험액 항목인 신용위험에 반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증권사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이 금액만큼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돼 NCR가 급락했지만 낙폭을 완화할 수 있게 개편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가 NCR 하락을 우려해 보유하고 있는 가용 자본은 19조원에 달한다"며 "이 돈을 활용한 기업 대출이나 출자 등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현지법인 설립이나 증권사 간 M&A에 따른 출자지분도 영업용순자본 차감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경영개선권고 비율도 현행 150%에서 100%로 낮아진다. 개선 요구 조치는 120%에서 50%로, 개선 명령은 100%에서 0%로 바꿨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NCR요구 기준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자회사를 연결한 NCR도 새로 도입된다. 자회사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업권의 사례를 참고해 나온 방안이다. 다만 모든 금융 자회사를 연결해 NCR로 산출하되 불합리한 일부 금융 자회사는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연결 NCR은 내년 중 자기자본 1조원 이상 대형사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되며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개선된 NCR 산출 체계를 적용해 추산하면 증권 업계 평균 NCR는 479%에서 482%로 소폭 오른다.
규모별로 보면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인 9개 증권사의 경우 NCR가 현재 476%(평균)에서 1,140%로 2.4배가량 증가한다. 반면 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인 중형사들은 459%에서 318%로 감소하고 3,000억원 미만 소형사는 614%에서 181%로 축소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대형사에 유리하게 NCR 체계가 개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선된 NCR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린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형 증권사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은 대폭 늘어난 반면 중소형사의 자본 활용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합성ETF거래 증권사 선정이나 장외파생상품 청산업무 증권사 선정 기준은 NCR 200% 이상으로 개편된 비율을 적용하면 중소형사는 이 업무를 맡을 수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 중가 투자 업무를 하려면 자본을 더 늘려야 하는 데 쉽지 않아 자체적으로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곳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소형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회사에서 특정 분야에 특화된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전체 61개 증권사 중 50개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라며 "소형사는 대형사와 같은 업무를 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사와 다른 특화된 분야를 갖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