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적 실리외 北 압박 효과 크다" 외교·안보 측면도 고려

한중 FTA 현정부 임기내 비준… 왜 서두르나<br>북·중 밀착관계 깨 제2·3 도발 사전 차단<br>농업·저가 공산품 부문등 핵심쟁점 예상속<br>무리하게 데드라인 설정… 후폭풍 커질수도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28일 오후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 후 김종훈통상본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속적으로 FTA 체결을 요구해온 중국에 우리 정부가 문을 열어주려는 것은 한중 FTA를 통해 경제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북한ㆍ중국 간 밀착관계를 타파할 필요성이 있다는 차원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FTA 체결 국가가 된다면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눈감지 않을 것이며 북한도 감히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일을 절대로 저지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 임기 내에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협상시한을 설정할 경우 오히려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경제적 혹은 정치외교적으로 우리와 FTA를 추진하면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지만 우리의 경우 산업별로 피해를 보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조율하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 외 외교안보 측면 동기=정부가 한중 FTA 협상을 서둘러 이르면 오는 6월부터 협상을 개시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중국을 자기 편으로 믿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도발행위를 일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중 FTA의 협상계획을 전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중 FTA 협상 개시는 안보적인 측면도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이 명백할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과 유엔까지 일제히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따라서 정부는 중국과 남북한 간 이 같은 삼각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북한이 중국을 믿고 또 다시 제2, 제3의 도발을 획책하거나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한중 FTA가 성사될 경우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남한의 입장을 더 존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중 FTA는 경제적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전략적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FTA를 했을 때 북한의 입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 인력이동 등 핵심쟁점으로=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17조9,000억원(2.3%)의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예상되고 제조업 분야에서는 26억달러의 무역흑자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중국이 생산공장을 넘어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한중 FTA는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고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중 민간 공동연구 결과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의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생산액의 14.7%가 감소하고 농산물 수입이 108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측 간 협상이 진행되면 농업, 저가 공산품을 비롯해 위생검역ㆍ서비스ㆍ투자 등의 분야에서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상품 분야에서 한국은 자동차ㆍ석유화학ㆍ가전을, 중국은 농산품ㆍ의류ㆍ식품ㆍ기계 등의 관세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원산지 분야에서는 개성공단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른 국가와의 FTA를 추진할 때 우리와 달리 낮은 수준으로 체결해왔기 때문에 협상이 어렵게 풀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소송이나 선진화된 개방 요구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보험 등 금융서비스시장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FTA 타결에 목표를 둔다면 농축수산물 등을 제외하고 선별적인 부분만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데드라인 설정은 자충수=대다수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FTA는 한미 FTA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FTA를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하고자 한다면 실질적인 마지노선은 내년 상반기다. 내년 6월 총선과 내년 말 대선 등의 국내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듯한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FTA를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지적한다. 2007년 미국과의 협상, 지난해 열린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서 '언제까지' 매듭 짓겠다는 데드라인 설정으로 FTA와 연계성이 없는 쇠고기가 테이블에 오른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바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 개시 시점에 대한 검토가 진행돼왔고 몇 달 안에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는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상당 부분 논의된 상태에서 최종 마무리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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