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조적 미술인력의 앞날


졸업시즌이 되거나 대학들이 방학을 시작할 때면 자주 걸려오는 전화 중 하나가 자녀들의 인턴 기회를 부탁하는 전화이다. 대부분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미술관련 학위를 받은 우수한 재원들이다.

근래 미술관련 전공 학생의 수는 2만5,000명에 이르고 일년에 6,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고 한다. 한국미술협회에 등록된 작가의 수는 3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경매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작품의 작가 수는 100명이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디자인 전공자가 취업하는 것은 사정이 좀 나아 보이지만 순수미술 전공자는 미술관과 화랑 그리고 미술품 경매회사 외에 취직이 안되면 갈 데가 막연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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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국내 유명 대학원에서 특강했을 때 일이다. 대학원 전공자들답게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겸비한 수강생들이었다. 강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당시 포털사이트에 뜬 학과 전공별 소득 수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미술전공자의 소득이 끝에서 몇 번째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업률이 높기로는 위에서 몇 번째라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시작한 얘기였는데 나중에 그게 바로 우리들의 현실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나왔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미술계를 이끌고 갈 인재들이다. 국내유수의 대학을 나오고 석사를 마쳐도 해외 유명대학의 학위가 있어도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미술관련 산업이 낙후돼 있고 시장의 규모 또한 많은 인력을 소화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작다.

청년실업이 100만명에 육박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술계는 청년실업에서도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된다. 미술계는 지난 몇 년간 극도로 위축됐다. 화랑계에서는 작품을 판 적이 언제였던가를 손꼽아 헤아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중견화랑이 문을 닫기도 한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미술계를 짓눌러왔던 양도소득세가 시행됐다.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이중섭이라는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2,000만원에 거래된 황소를 그린 작가다. 이중섭은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고 담배 연기 뿌연 다방 한구석에서도 그림을 그렸다. 그리지 않으면 미쳐버리는 그런 천성을 타고난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작가들은 작업을 할 것이고 화랑들은 작품을 전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소장가들은 작품을 살 것이다. 그러나 작가들이, 미술 전공자들이, 콜렉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미술인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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