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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찾은 광주광역시 장덕동에 위치한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 마치 반도체 생산라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까다로운 6단계의 소독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입장이 허가된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의 조립과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인 클린룸에 들어서자 새하얀 방진복과 방진화·마스크로 온몸을 가린 채 눈만 드러낸 직원들이 분주하게 실내를 오간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이곳 직원들 모두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휴가에 설레는 맘으로 일하고 있겠지만 올해는 휴가 계획을 세울 여유조차 없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생산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하는 것도 모자라 매년 8월 초 가던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9월로 미뤘기 때문이다. 광주공장이 설립된 이래 여름휴가가 9월로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이노텍 광주공장 직원들이 휴가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있는 것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3'에 탑재되는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의 카메라 모듈을 적기에 공급해주기 위해서다.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도 적용되는 OIS는 손떨림이나 주변 환경의 흔들림에 대응해 빠르고 정밀하게 초점을 맞춰주는 기술로 LG이노텍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OIS 기능의 1,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같은 해 8월 출시된 G2에 처음 적용됐다. 지난달 선보인 G3에는 OIS 기능에 더해 피사체에 레이저를 쏘아 초고속으로 초점을 잡는 '레이저 오토포커스' 기능과 색 온도가 다른 두 종류의 LED를 적용한 '듀얼 플래시' 기능이 새로 탑재됐다.
OIS 기능의 카메라 모듈을 장착한 G2와 G3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LG이노텍은 지난해 11월 조직변경을 통해 별도의 OIS팀을 만들었다. 또 OIS 카메라 모듈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맞춰 광주공장을 OIS 카메라 모듈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덕분에 G2 당시 월 150만대이던 생산능력은 현재 180만대 수준까지 늘어났다. LG이노텍은 향후 G3의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세계 최초의 OIS 카메라 모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야 했기에 '손떨림'에 대한 기준에서부터 생산설비, 검사장비, 품질관리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스로 만들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 2012년 말 LG이노텍·LG전자·LG생산기술원 등 그룹 내 핵심인재 100여명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LG이노텍은 G3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출시 예정인 G4에 탑재될 카메라 모듈 개발에 한창이다. 최형신 LG이노텍 OIS팀 리더는 "꾸준한 선행개발과 생산능력 향상에 힘입어 G3의 해상도 구현능력을 기존 G2보다 15%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G4에 탑재될 카메라 모듈은 해상도 구현능력을 G3 대비 20%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카메라 모듈 사업에서만 매출 2조5,231억원을 벌어들였다. 세계 시장점유율 16.8%로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G3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24일 발표될 LG이노텍의 2·4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