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4일부터 예정했던 지방 방문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아직은 (방문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내놓았지만 빨간불이 켜진 조직 개편안 문제와 총리 인선 등을 당선인이 우선적으로 챙기기 위해 숙고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수위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이날 광주ㆍ호남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광역경제권을 시찰할 계획이었는데 이날 아침 불현듯 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당선인은 요식적인 일정 소화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중시한다”며 “지금 지방을 둘러봐야 뚜렷하게 내놓을 만한 게 없다고 보고 설날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이날 5대 광역경제권역 발전 구상을 내놓은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궁색해 보인다.
때문에 인수위 안팎에서는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에 매진하기 위한 조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늦어도 오는 2월 초까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인사청문회 일정상 새 정부 출범부터 파행 출범이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이 당선인으로서는 다급한 현안을 한나라당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도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가 순탄하지 않아 지방 방문을 연기한 것”이라며 “당선인이 직접 법안 처리를 챙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지난 23일 한나라당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갖고 “설 연휴 전까지를 데드라인으로 해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야 의원에게 직접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