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귀농 손자병법


얼마 전 퇴직한 교수님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은 그날 모인 사람들에게 퇴직 후 집에서 맡은 막중한 임무 중 하나가 청소인데 청소기 미는 일이 너무 싫다며 혹시 로봇청소기를 써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몇십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교수님께서 갑작스레 집안일 이야기를 꺼내 당황스럽기도 하고 훗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제2의 인생' 철저한 준비 필요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직 일할 수 있는 남자들이 과거에 비해 알게 모르게 은퇴를 종용당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집에서 챙겨먹어 '삼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평생을 일터에서 가정을 위해 봉사했던 남자들이 은퇴한 뒤 집안에서 역할을 잃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이러한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귀농ㆍ귀촌 가구가 사상 처음으로 1만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귀농ㆍ귀촌 가구는 지난 2001년 880가구에서 2010년 4,067가구로 완만하게 늘다가 지난해 1년 만에 2.6배로 늘어 1만가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2,167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남ㆍ경남ㆍ경북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3.7%로 가장 많았으며 생산활동이 가능한 50대 이하가 76%를 차지했다.

이렇게 귀농ㆍ귀촌 가구가 급증한 것은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 데다 2009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본격 추진한 귀농ㆍ귀촌 활성화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삼식이들이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귀농 손자병법'에 의하면 첫째,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귀농의 시작은 공부이며 끝도 공부이므로 농촌에서의 삶과 농업 기술, 농촌 문화 등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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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농촌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장밋빛 환상을 꿈꾸기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농촌 현실을 파악하고 이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귀농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다. 가족의 동의와 이해를 바탕으로 마을 주민과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내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 농촌에 농사꾼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생태 건축, 생활공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도시에서 쌓았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여섯째,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농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영역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지속적인 탐색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귀농에 정석은 없다. 자신만의 해법을 만든다는 의지로 나만의 철학과 강점ㆍ취미 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귀농을 선택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어울리는 법도 배우길

퇴직 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덕꾸러기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집안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도 마찬가지다. 그냥 무작정 내려가서는 대책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 초기 도시민들이 도시에서 쌓았던 높은 담을 허물지 못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사례도 많다. 지역민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귀농인과 귀농 생활이 낯선 도시민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지역민이 함께할 때 귀농ㆍ귀촌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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