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죽음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


지난해 8월 서아프리카의 대표적 관광 허브인 세네갈이 발칵 뒤집혔다.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불과한 세네갈이지만 에볼라에 대한 대응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허술한 의료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정부는 환자 출몰 즉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한 전수 추적 조사에 나섰다. 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이웃 국가들에서 발병자가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국경은 통제됐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0명의 기적을 만든 세네갈을 우수 사례로 평가하며 "에볼라 발병이 종료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의 최대 인구 대국 나이지리아도 이 죽음의 바이러스를 맞이했다. 특히 첫 사망자가 나온 라고스의 인구밀도가 1㎢당 2만명으로 서울보다 높다는 점 등 때문에 에볼라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이들은 영민했다. 소아마비감시팀 등 기존 방역 시스템 및 인력을 적극 활용했다. 국제의료기구와 정부 간 협조도 유기적으로 돌아갔다.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대처 역시 미국이 이를 배우기 위해 보건인력을 파견했을 정도로 모범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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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출몰했다는 소식에 대한민국이 비상이다. 에볼라보다 치사율도, 전염력도 약하다는 이 바이러스 때문에 벌써 2명이 죽음을 맞았다.

세네갈과 나이지리아의 사례는 바이러스 확산·방역 등의 문제가 국가 경제 규모나 인구밀도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기민하지도 영민하지도 못하다는 데 있다.

첫 의심 환자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검사가 이뤄지는 데만 이틀이 걸리는 등 방역을 위한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냈다. "3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공기로 전파되지도 않으며 전염성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정부 발표는 그 신빙성을 의심 받고 있는 지경이다.

대신 우리 정부가 기민·영민한 게 하나 있다.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발 빠르게 색출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한다. 엄포에 앞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괴담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근본 이유는 누구 때문인지 정부 스스로 되짚어보기 바란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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