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담배값 올려 복지 늘린다고?

담배값을 대폭 올려 그 돈으로 저소득층 지원에 쓰겠다는 복지부의 발상은 한심하다 못해 과연 복지부가 국민을 위한 복지부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담배는 해로운 것이므로 담배값을 대폭 올리면 금연효과가 나타나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해서 거둬들인 돈으로 저소득층 지원에 쓰면 복지확충에 도움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부의 발상은 지극히 행정편의적이고 흡연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관료주의적 오만이 깔려있다. 물론 담배값을 올리면 어느 정도 금연효과가 나타나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 스스로 담뱃값을 1000원정도 인상하는 경우 연간 조세수입이 4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알면서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담뱃값을 대폭 올리려는 것은 복지부가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흡연자의 돈으로 복지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건강에 해로운 모든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대폭 올려 그 돈으로 복지비용에 충당해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술을 비롯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것은 얼마든지 있다. 담배가격의 대부분이 세금일 정도로 흡연자들은 이미 높은 세금을 물고 있는데 또 세금을 크게 올려 그 돈을 쓰겠다는 것은 복지부가 흡연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사 담뱃값을 인상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조세수입을 복지부가 독식하겠다는 것은 재정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밖에도 담뱃값의 대폭 인상은 물가부담 외에, 담배밀수, 담배값 마련을 위한 범죄증대 가능성 등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구의 상당수가 흡연을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선진국에서는 흡연자를 환자로 보고 치료개념에 입각해 다양한 금연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흡연이 단순히 담배가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부도 흡연자들의 주머니만 노릴 것이 아니라 흡연자도 복지 혜택을 받을 귄리가 있는 국민이라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건강과 복지의 문제는 담뱃값을 왕창 올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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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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