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형 펀드 운용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네비게이터펀드'는 벤치마크(BM)를 복제하는 비중은 높지 않아 리스크 부담이 적지는 않지만 뛰어난 관리 능력으로 시장과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달성해왔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 펀드인 '한국투자 네비게이터펀드'를 운용하는 박현준(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밸류운용본부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계적으로 모델포트폴리오(MP)를 추종하기보다는 매니저의 재량을 많이 주고 있다"며 "좋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벤치마크와 종목 구성과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2005년 '한국투자 네비게이터펀드'가 설정된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 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매니저가 바뀌지 않고 10년 가까이 꾸준히 한 펀드를 운용한 사례는 박 본부장이 유일하다. 펀드 전체 자산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로 대표 클래스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주식)(A)'의 올해 수익률은 9.45%, 최근 3년간 수익률은 13.61%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성과를 이어갔지만 2012년 이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서 수익률이 다소 저조해졌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펀드 편입 종목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장기 실적 추이라고 답했다. 그는 "당장 실적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 산업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았고 주가가 부담이 없는 종목을 많이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편입 비중을 높인 'KT&G'가 대표적이다. 예전부터 담았던 종목이지만 담뱃값 인상으로 올 초 KT&G의 주가가 급락할 때 박 본부장은 이 종목에 대한 비중을 더욱 높였다. 꾸준한 실적을 올리는 안정적인 기업이 단기 악재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일 뿐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올 초 이 회사의 주가는 7만원대까지 내려갔지만, 현재는 11만원대로 담뱃값 인상 이전보다 더 오른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KT&G의 경우 굉장히 이익 방어 능력이 좋은 회사"라며 "단기 악재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까지 대형주의 성과가 중소형주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주도업종 중에서 핵심 종목은 계속 가져가고 주변 종목은 차익 실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형주의 경우 실적 추정치가 연초보다 좋아지는 반면, 주가가 오히려 빠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보다는 현재 안 좋은 쪽도 균형 있게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코어밸류운용본부는 올해 기존 주식운용본부에서 분리돼 신설된 조직이다. 네비게이터 펀드의 운용 규모나 운용 펀드 수가 많아지면서 보다 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과거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박 본부장은 "굉장히 성과가 좋은 펀드도 많고 독특한 스타일의 펀드도 많지만 이를 따라갈 생각은 없다"며 "네비게이터 펀드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도전자의 자세로 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액티브하게 펀드를 운용하겠다"고 자신했다.
박 본부장은 늘 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펀드를 운용해 왔지만,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다소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에 8%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 수익률로 잡았다. 그는 "정통 펀드를 표방하는 만큼 연간 8% 내외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