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해 시론/1월 6일] 수출채산성 악화 대비해야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교역액이 20%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은 13.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1%로 지난 2008년(2.6%)보다 현저히 증가했고 수출 순위 역시 9위로 2008년보다 3계단 뛰어올라 사상 처음으로 무역10강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경제 변화 면밀한 관찰 필요 12년 전 외환위기 이후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이 튼튼해져 공격적 수출경영을 전개할 수 있었고 환율ㆍ유가ㆍ금리의 3저 현상이 유리하게 작용한 덕분이다. 반도체ㆍ휴대폰ㆍ디스플레이ㆍ자동차ㆍ조선 등 5대 주력산업 전반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미시적으로는 중국의 내수부양책이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농촌지역 가전제품과 자동차 교체 보조금 지급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부품 등의 대중 수출이 급증했다. 정부도 수출금융 경색 타개와 수출현장 애로 해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보호무역 조치 동결을 주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수출중시 의식이다. 미국ㆍ중국 등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주요 교역국가들이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려고 다소간의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할 때 우리 국민은 오직 수출확대를 통한 위기극복에 매달렸다. '수출 DNA'가 우리 모두의 세포 속에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2009년을 요약하면 우리 수출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자'는 구호를 충실히 실천에 옮겼다. 새해 우리 수출의 대외여건은 명암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세계경기가 성장세로, 교역량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특히 우리 수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ㆍ개도국들의 경제 회복세가 강력한 점은 유리한 여건이다. 반면 원화 강세, 유가ㆍ임금 상승, 금리 인상, 우리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한 선진국 기업들의 반격, 중국 등 신흥국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진입 등은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1ㆍ4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을 봐도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많았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무엇보다도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한박자 앞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ㆍ인도 등의 거대한 중산층 내수시장 부상, 브라질ㆍ인도네시아 등 2세대 신흥대국의 등장, 중동ㆍ아프리카 자원수출국가들의 개발 수요는 무한한 잠재 수출시장을 생성해나갈 것이다. 수출상품 구조를 지속적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주력 수출상품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녹색상품 등 신규수출 품목을 발굴해나가야 한다. 연말에 날아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이라는 낭보는 녹색수출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中企 수출비중 늘려나가야 정부의 수출시책도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소기업 수출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전자무역의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과 무역신용 개선, 수출보험기능 강화 등 수출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끝으로 일본ㆍ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한일 FTA의 최대 걸림돌은 협상이익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것인데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의 대아시아 중시 정책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중 FTA의 최대 걸림돌인 농업개방은 한미 FTA를 거울 삼아 농민을 설득하면서 실질적인 피해보상과 농업 현대화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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