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통업 종사자들 조차 백화점의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마케팅 기법만을 고집하면서 `한계`를 운운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돈이 있고 우리에게는 상품이 있다. 따라서 나는 `백화점의 고성장 시대는 끝났으니 저성장 환경에 적응하라`는 견해에 동의 할 수 없다. 다만 판매하는 방법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것 뿐이다”롯데백화점 신재호 판촉팀장은 `백화점 성장성 한계`라는 말이 나오자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신팀장의 생각에도 불구, 10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7월 대형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여름정기세構?할인행사를 실시했음에도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7월에 비해 11.8% 감소, 2월이후 6개월째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신팀장은 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해 “경기가 안 좋고 할인점, 로드숍, 아웃렛 등 강력한 경쟁 업태의 출현으로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롯데백화점의 최우수 고객(Most valuable guest)들을 조사해보면 이들 역시 할인점, 양판점 등을 고루 찾아 쇼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들이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보고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백화점들은 모든 물건을 다 모아놓고 팔던 `만물상`(萬物商)식 마케팅 전략을 접고 있다. 예를 들어 물건 파는데 품이 많이 들고, 마진이 적은 가전이나 식품 등은 판매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할인점이나 양판점에게 강점이 있는 상품들은 비중을 줄이고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상품 군에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전략도 비슷하다.
압구정과 무역센터점이라는 걸출한 두 점포를 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도 백화점이 물량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점포 확장을 위한 부지가 이미 고갈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관계관리 (CRM) 강화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중이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감성 마케팅.
현대백화점은 주력 점포가 압구정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사은품 마케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그 동안 실시한 다양한 마케팅의 효과를 검증해본 결과, 문화ㆍ패션 이벤트가 1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은품 행사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백화점 처럼 사은품으로 냄비나 라면을 나눠줘도 이를 받아가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사내 일각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CRM분석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최근 테마 마케팅으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 소품으로 쓰였던 상품을 전시, 판매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또 본점 이벤트홀도 스토리(Story)가 있는 다양한 감성마케팅을 펼쳐 지난해 36만명이라는 고객몰이에 성공했고, 올해에는 집객수(?▲枓?가 이보다 50%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백화점도 타겟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불특정 고객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퍼부어 대던 `묻지마 마케팅`을 지양,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한 개의 목표를 한 개의 미사일로 공격하는 식의 `맨투맨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는 이와 함께 DM, 신문광고, 신문 삽지, 온라인 마케팅의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다시 말해 그 동안에는 경쟁사들이 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따라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약발이 먹히는 전략만을 골라 구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수천만원을 들여 가수나 탤런트를 불러 펼치던 이벤트는 중단했다. 효과를 계량할 수 없는 마케팅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굳혔기 때문이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