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③노동시장과 일자리 창출<해외>

네덜란드 '고용 유연안정성' 자리잡아



네덜란드 '고용 유연안정성' 자리잡아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③노동시장과 일자리 창출 암스테르담=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특별한 자격증이 없고 학벌도 변변찮지만 일할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지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하롤드 크로이크(20)씨. 그는 인력중개업체 ‘란스타트(Randstad)’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맥도널드ㆍ꽃집 등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하롤드씨가 란스타트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9월. 그때부터 지난 6월까지 그는 ‘포스트 뱅크’에서 대출 관련 상담과 회의 주선 등의 업무를 맡았다. 뱅크 매니저에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제는 어엿한 란스타트 소속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9만여 업체가 등록돼 있는 란스타트를 통해 하롤드씨처럼 일자리를 구한 실업자들이 단순직과 정규직 등을 포함해 지난해에만 31만7,000여명에 이른다. 1980년대 초반 ‘네덜란드병’으로 불리던 높은 실업률과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자발적 시간제’ 등 노동개혁의 성과다. ◇‘유연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네덜란드는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개정을 통해 시간제 노동의 지위를 끌어올렸다. 또 유럽연합(EU)이 시간제 차별금지 지침을 내놓기 전인 1996년에 관련 조항을 민법에 도입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flexibility)’를 추진함과 동시에 ‘고용 안정성(security)’을 뒷받침하는 이른바 ‘유연안전성(flexicurity)’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폴더 모델(Polderㆍ간척지라는 뜻으로 네덜란드를 상징)’이라 불리는 노사정 사회 협의를 통해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 대가로 정부와 기업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상호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헤이그에 위치한 AWVN. 중앙단위 최대 사용자 단체 ‘VNO-NCW’ 회원 중 가장 큰 곳인 AWVN은 약 850개 기업, 70개 산별(업종)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의 경총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노사관계 전략 수립을 기획하는 드 라이 AWVN 연구원은 폴더 모델에 대해 “1980년대 초반 공공지출이 GDP의 60%를 넘고 실업률이 11%나 되는 등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노사 간) 타협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이 급속도로 세계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극심한 경쟁체제 속에서 어느 때보다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폴더모델로 대변되는 협의주의가 근원적이고 시급한 개혁조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왜 고용이 늘지 않는 정체상태에 있는지 (폴더 모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진통 ‘해고규정 완화’=네덜란드는 ‘해고규정 완화’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파고 앞에 맞닥뜨려 있다. 해고시 4~6주의 예고기간을 갖고 노동사무소의 사전 허가를 얻든지, 법원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현행 해고규정(EPL)의 경직성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경기 침체기에 기업들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하다는 게 사용자 측의 주장이다. 노동자 측은 이에 대해 ‘파업’을 경고하며 맞서고 있고 노동당 등 일부 정당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WVN의 한 관계자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유연화된 반면 중고령 근로자의 경우 경직된 해고보호규정으로부터 유연성이 거의 없다”며 규정 유연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폴더 모델의 한 축인 사회경제협의회(SER) 얀 버핑크 홍보책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리스본 전략 목표 실현을 위해 노동법 개정 등 여러 의제를 설정해 정부와 의회의 입법안을 위한 권고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사용자와 노동자 간 갈등이 첨예하고 (해고규정을 완화하면) 20만명에 이르는 단기적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해고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 완화라는 ‘뜨거운 감자’에서 당분간 손을 떼고 내년 6월까지 SER에서 ‘노동 시장 참여 강화(strength of labour participation)’에 대해 조언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노동자는 임금을 자제하고 정부ㆍ사용자는 고용안정에 힘쓰는 등 ‘대화’와 ‘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던 네덜란드가 제2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7/11/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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