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두고 상당수의 상장사들이 주식배당금을 삭감하면서 주주가치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배당이 결코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글로벌 위기라는 분위기와 실적악화를 핑계로 주인인 주주에게 가는 이익을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13일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주식배당을 결정한 12월 결산법인 689개 기업의 총 주식배당금은 8조1,823억원으로 지난해의 10조1,832억원에 비해 19.6%나 깎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조980억원에서 7,354억원으로(주당배당금은 7,5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춰 잡았고 현대자동차는 2,759억원에서 2,357억원(〃 1,000원에서 850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주가 대비 배당액을 의미하는 배당수익률 면에서는 달리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689개 기업의 올해 평균 배당수익률은 1.64%로 지난해 1.21%에 비해 0.43%포인트가 높았다.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기업 입장에서는 폭락한 자사 주가에 비해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는 주장도 가능한 셈이다. 배당수익률 부문도 업체마다 희비가 갈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각각 1.10%, 0.48%로 지난해의 1.30%, 0.85%보다도 낮은 반면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은 각각 2.24%, 3.93%로 지난해의 1.38%, 3.27%보다 높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배당금이 지난해보다 절대 규모가 적은 것과 함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더 깎는 기업들도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경기침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항의 목소리가 줄어든 게 배당금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2월 결산법인 111개가 주주총회를 연 이날 대부분의 회사들이 일사천리로 주총을 끝내면서 배당금에 대한 불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ㆍLGㆍ현대ㆍSK 등 ‘재계 빅4’의 주요 그룹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총이 예년과 달리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삼성전자가 1시간 만에 주총을 끝낸 것을 비롯, 현대자동차의 경우 주총 종료 선언까지 2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도요타ㆍ소니 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적자를 내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삼성전자가 예년수준의 배당이라도 결정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주당 250원을 배당했던 벽산건설이 적자전환을 이유로 올해는 무배당을 선언한 데 대해 소액주주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특히 지난해 표대결과 고성까지 초래했던 장하성 펀드가 주총에 앞서 이 회사 주식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이날 주총은 순전히 회사 측의 일정대로 진행됐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개별기업의 이슈가 묻혀버린 상황”이라며 “위기상황이 해소돼야 주총이 정상적인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