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엘니뇨 과거에도 물가등 경제에 큰영향

98년 1분기 소비자 물가상승률 8.9% 기록<br>2003년 1분기엔 채소가격 43.7%나 올라<br>"물가목표 다소 보수적 관점서 접근해야"



‘엘니뇨,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나.’ 내수침체, 세계경제 성장둔화 등으로 인해 내년 1ㆍ4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 ‘엘니뇨’마저 경제운용당국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홍수ㆍ가뭄ㆍ폭설 등 기상이변이 속출, 인명피해는 물론 산불 발생, 어획량 감소 등 생태계를 위협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직접적이다. 산업 분야 가운데 70% 이상이 날씨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20세기 최대 엘니뇨가 발생했던 지난 82∼83년의 경우 기상이변에 따른 전세계 재산피해액만 134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 엘니뇨가 발생했던 97~98년과 2002~2003년 겨울의 상황을 보면 다른 변수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경제지표가 몹시 좋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집중호우ㆍ파업 등 조그만 대외변수에도 전체 지표가 흔들릴 정도로 약골체질로 바뀌고 있다. 경제운용당국이 엘니뇨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엘니뇨 때마다 물가불안=엘니뇨가 발생한 97~98년, 2002~2003년의 경제성적표는 좋지 않다. 97~98년은 외환위기라는 점이 작용했지만 폭설과 이상고온 등 기상이변도 한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02~2003년 경우도 경제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취업자 수는 2002년 3ㆍ4분기 2,241만명에서 2003년 1ㆍ4분기에는 2,163만명으로 3.4%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폭설 등의 영향으로 겨울철 산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형편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이에 비해 물가는 오름세가 확연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97년 3ㆍ4분기 4.0%에서 4ㆍ4분기 5.1%, 98년 1ㆍ4분기에는 8.9%를 기록했다. 2002년에도 3ㆍ4분기 2.6%에서 2003년 1ㆍ4분기 4.1%로 4%대 벽을 넘었다. 특히 신선채소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2002년 3ㆍ4분기에는 전년 동기간 대비 4.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4ㆍ4분기에는 25.2%, 2003년 1ㆍ4분기에는 무려 43.7%를 기록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산업생산지수 증가율도 엘니뇨에 따른 기상이변 등이 겹치며 산업현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세계경기 둔화 촉발할 수도=엘니뇨는 전세계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니컬러스 스턴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지구 온난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제1ㆍ2차 세계대전이나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세계 투기자금들은 이미 올 겨울 기상이변을 감안, 곡물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엘니뇨라는 변수가 수출ㆍ산업생산 차질, 물가상승 등으로 연결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송재혁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에 기상이변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기성 자금이 곡물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며 가격폭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점을 감안,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물가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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