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작은 것의 아름다움

일전에 모처럼 일제 때 순국한 모 독립투사의 기념관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에 살던 초가집이 깨끗하게 단장돼 있었고 방안에는 그가 쓰던 책자, 집기와 함께 절절한 조국사랑의 마음을 쓴 친필이 잘 정돈돼 있어 모처럼 그의 애국지심을 가슴에 새기며 방안을 둘러보다가 적이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잘 정돈된 초가지붕과 외벽에 비해 내벽과 천장, 그리고 방바닥은 마분지나 시멘트바닥으로 거칠게 처리돼 었었다. 어찌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가 살던 시대를 되새기고 그의 애국심을 가슴으로 느껴볼 수 있겠는가. 그것이 단지 경비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진실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터다. 그 외모는 큰 것일 것이요, 내부의 장식은 지극히 작은 것이다. 어쩌면 크다는 것을 거친 것이나 대충 처리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문화가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사회의 구조는 세분화되고 정보의 가지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현대기술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컴퓨터의 연산속도는 십억 분의 일초인 나노세컨드로 측정되는 시대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뒤돌아 볼 틈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는 너무도 바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목표는 큰 것이요, 과정은 작은 것일 터다. 물론 그것이 개인이든 단체이든 국가이든 큰 것과 작은 것은 확실히 구분돼야 한다. 그래야 확실한 목표를 향해서 총력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달성된 목표가 아무리 크고 중요하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생략돼 버린다면 외모에만 치우친 썰렁한 기념관과 같을 것이다. 소수의 의견이나 기념관의 내부, 목표달성을 위한 과정, 이 것들은 작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작은 것들이 있기에 큰 것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니 작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100㎙ 경주중이라도 목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실바람을 느끼는 섬세함으로 우리는 좀 더 세상을 여유롭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고재득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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