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월 20일] 미국을 욕되게 한 부시 대통령

20일(현지시간)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됐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물러난다.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과 과잉대응으로 적을 늘렸던 부시 대통령의 퇴임 덕에 전세계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및 펜타곤 공격 당시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옳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대다수 미국인들이 그를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벌였던 이라크전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과잉 평가한 데서 비롯됐을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관계의 규범을 어지럽혔다. 이라크전은 부시 행정부의 판단 착오로 인한 치명적인 오점이다. 이라크 사회가 산산조각났으며 무슬림 극단주의자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애초에 이라크전에 찬성했던 앤서니 코즈먼 미 전략국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3년에 대해 “우리는 이라크에 망나니를 풀어놓은 꼴”이라고 지탄했다. 아부 그라이브와 관타나모에서의 위험한 계몽주의 역시 미국의 지위를 손상시켰다. 자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는 강력한 권한을 손에 쥔 딕 체니 부통령을 필두로 엄청난 힘을 휘둘렀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깨뜨렸다. 불법적인 심문과 고문 및 해외추방이 뒤따랐다. 정부 내에서 능력보다는 충성심과 이데올로기 성향이 승진의 기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부시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도 ‘너무 다른 일이 많아서’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전쟁에 우선순위를 둔 정부였으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부시 대통령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지난 십 수년간 느슨한 금융규제가 지속된 탓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감세를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감세로 공공 재정에는 그야말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 같은 금융위기는 해소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문제는 어떤 대통령이 나선다 해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위상과 저력을 깎아내렸다. 이제 이를 복구하는 것은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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