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세원노출을 우려한 집주인이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가 하면 셋집을 아예 매물로 내놓으면서 전월세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집주인이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월세 또는 전세로 노후생활을 꾸려가는 은퇴세대들은 세금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나간 세금까지 토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소득세법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은 5년이다. 다시 말해 5년 전까지 내지 않은 소득세 추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고 및 납부불성실 가산세도 부과된다.
우리는 임대소득세 과세체계의 합리적인 개편을 주문해왔다. 예컨대 전월세 소득 간의 과세차별을 줄이고 은퇴노인층의 소액 임대소득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세법상의 문제들은 정부가 이미 예고한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분리과세 방안과 함께 정교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징세 원칙이다. 5월이면 지난해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이 도래한다. 법대로 하자면 모든 임대소득을 자진 신고하고 납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괴리가 있다. 임대소득세 납부자 비율은 다주택자의 10%도 채 안 된다.
임대 시장에 혼란이 빚어지고 임대인의 세금폭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침묵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임대차 현황을 파악해 곧이곧대로 과세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세수효과보다는 징세 비용이 더 클 것이다.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누군 봐주고 누군 징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세금 다 내면 바보'라는 말이 통용되는 불편한 진실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말이야 100% 맞다. 하지만 임대소득세에 관한 한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정보의 비대칭과 배짱이 임대소득세 납부의 잣대가 된다면 성실 납세자를 바보로 만드는 일임을 국세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