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PF 배드뱅크 서두를 일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 주도로 배드뱅크를 설립해 올해 안에 4조원의 부실채권을 우선적으로 사들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상반기 안에 5개 시중은행과 3개 국책은행 등이 참여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마치고 부실채권 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은행권의 PF 부실채권은 6조3,7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컨소시엄 형태로 나간 4조원 정도를 배드뱅크를 통해 사들이면 은행권의 PF부실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PF부실채권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이다. 국내 PF대출 규모는 66조원으로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25조원 정도이고 2ㆍ4분기에만 14조원이 몰려 있다. 건설업계의 부도위험이 고조되면서 대출회수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건설사의 기업어음(CP)ㆍ회사채 거래가 마비되는 등 금융권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를 통해 견실한 건설사들의 추가 부실을 막아 금융부실과 경제불안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출부실의 책임소재가 불투명해짐으로써 도적적 해이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마다 PF대출 규모나 부실 규모가 달라 그 규모가 작은 은행은 굳이 배드뱅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은행들은 또 대출액의 120%까지 담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부실대출에 상응하는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다. 굳이 배드뱅크를 설립하지 않아도 은행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 사이에서 저축은행 PF부실 처리를 은행에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은행권의 PF대출 정리가 아니라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부실을 털어내고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예금보험기금 내 특별계정 설치를 위한 정부 출연금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PF대출 부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배드뱅크 설립은 저축은행 문제와 함께 금융권 전체 차원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 배드뱅크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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