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생산 않는 노키아 결국 특허괴물 되나

MS, 휴대폰 사업부 인수 불구 특허권은 노키아에 남겨

삼성·LG 등 제조업체

크로스 라이센싱 등 불가

과다한 로열티 지급 불가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고성장을 멈추고 정체되자, 판매보다 특허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제조경쟁에서 밀려 생산은 포기하고 특허전문회사(NPE.특허괴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노키아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된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매각 협상이 마무리되는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외신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의 인수작업이 당초 예정된 3월 말에서 4월 말로 늦어질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등 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결정이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법무총괄 수석부사장은 23일 밤(현지시간) 회사 블로그에 '노키아 기기 및 서비스 인수에 대한 새 소식'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이 글을 통해 "글로벌 규제 승인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접근하고 있고, 지금까지 5개 대륙 15개 시장에서 승인을 받았다"며 "마지막 국가들로부터 승인확인을 기다리고 있고, 다음 달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도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확신했다. 전문가들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국 규제 당국 등의 심사 결과와 인도에서 진행 중인 세금 소송이 일정을 약간 늦출 수는 있지만, 인수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등 규제당국이 MS의 노키아 인수 건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이유는 노키아가 특허괴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특허권은 노키아에 놔둔 채 향후 10년간 휴대폰 관련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사업부 매각으로 휴대폰을 생산하지 않는 노키아가 특허만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키아는 MS와의 거래가 마무리되는 5월부터는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키아는 3만여개 특허와 8,500개 디자인 특허로 매년 6억5,8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지난 2012년 5월에도 RIM과 HTC, 뷰소닉 등을 상대로 미국과 독일 법원에 45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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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특허담당 임원은 "MS가 노키아의 특허를 남겨놓은 것은 두 회사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이나 한국 정부의 결정과 상관없이 미국과 유럽 법원에다 제조사를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노키아가 제조업체에서 NPE로 전환됨에 따라 제조사들의 로열티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제조사들이 크로스 라이선스 통해 로열티를 절반 가량 깎을 수 있지만, 노키아가 제조를 포기하면서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특허담당 관계자는 "NPE는 특허로 상대방을 공격할 뿐, 제조업체가 특허로 NPE를 공격할 방법이 없다"며 "노키아는 크로스 라이선스가 필요 없기 때문에 로열티를 전부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제조사들은 기존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용을 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노키아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추가 보상을 받고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휴대폰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를 '브레이크 없는 트럭'으로 평가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특허 전문가는 "NPE에 대한 공격은 특허를 무효화하는 것 밖에 없지만, 노키아 특허는 강력해 무효화가 쉽지 않다"며 "다만 미국 정부가 특허괴물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휴대폰 업체에 대한 NPE의 공격은 날로 거세지는 상황이다. 특허전문사이트인 페이턴트프리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2009년 이후 2013년까지 NPE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향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NPE 소송이 연평균 33.4%, LG전자는 22.5% 증가했다. 또 중국업체인 화웨이는 같은 기간 96.8%, 레노버는 38.8%, ZTE는 35.8%로 급증하는 등 NPE의 주요 목표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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