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근로자에만 불리하게 취업규칙 바꾸면 무효"

대법 "합리적 사회통념에 안맞아"

회사가 근로자에게만 불리하도록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은 합리적인 사회통념에 맞지 않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롯데월드 소속의 근로자 박모씨 등 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보직변경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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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롯데월드에서 팀장 등 1~2급 간부로 근무하던 박씨 등은 모두 팀원으로 발령이 났다. 롯데월드가 기존 3~5급의 사원이 부임하던 팀원 직위에 간부도 부임할 수 있도록 보직 부여 기준안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는 간부 사원을 대상으로 변경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약 절반의 간부 사원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 팀원으로 보직이 바뀐 박씨 등은 "팀원으로 강등시켜 모욕감을 주고 자진 퇴사하게 하려는 것으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롯데월드 측은 "변경안은 2006년 발생한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와 재정상태 악화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반박했다.

1·2심은 당시 롯데월드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간부들 상당수가 변경안에 동의한 점 등을 볼 때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합리적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취업규칙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변경안의 내용이 근로자에게만 지나치게 불리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변경안에 따르면 1~2급 간부 사원들이 종전에 3~4급 직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어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해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다"며 "바뀐 취업규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3~5급) 사원들을 제외한 채 간부 등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에게서만 동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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