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활물가 안정 약속 벌써 깨나(사설)

김영삼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당면한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전제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생활안정과 직결되는 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서민가계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이 지시가 있은 바로 그날 새벽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도시가스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올라도 대폭 올랐다.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소리로 들린다. 지수물가보다 생활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강경식 부총리의 물가정책 기본 방향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물론 당국의 설명처럼 작년 하반기부터 가스 국제가격과 환율의 상승으로 수입업체의 적자가 많아 인상이 불가피했으리라고 이해는 간다. 그렇다 해도 너무 올렸다. 올해 최대의 과제는 물가안정이다. 소비자물가를 4.5%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물가다. 물가는 기회만 있으면 폭발할 요인을 안고 있는데 정부가 앞서서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가격 두자릿수 인상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민간부문의 가격 상승을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다. 행정력을 동원하고 세무조사 엄포를 놓는 등 지나치리만큼 간섭을 하면서도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관대하여 일시에 대폭 인상을 서슴지 않는다. 더욱이 시기가 매우 좋지 않다. 정치가 어지럽고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서 슬그머니 올렸다는 비난을 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민생 안정이 중요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고통분담이 요구되는 때다. 정부가 슬쩍 고통을 국민에게 떠넘기면서 고통을 분담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파급 커 안정분위기 해쳐 가격을 올려 소비억제를 유도하고 그래서 국제수지방어에 보탬을 얻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인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으리라 짐작한다. 소비억제가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몫을 하고 국제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지 방어는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동원하는게 낫다. 수입억제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축소균형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수출증대를 통한 확대균형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따라서 핵심 과제인 국제수지 개선은 획기적인 수출확대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스값 인상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2,3차 파급 영향이 크다. 당장 교통요금의 인상으로 전가될게 분명하다. 음식·목욕·숙박료등 각종 생활 물가 상승으로 연쇄 작용을 할 게 뻔하다. 이미 택시요금의 인상이 대기중이다. 시내버스 요금도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두자릿수로 오를 전망이다. 가스값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가격상승에 명분을 터준 것이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공공요금은 올리면서 개인 서비스요금이나 상품가격은 올리지 말라고 할 명분이 없어졌다. 야금야금 올리고 오르는 것을 방관하다보면 물가안정 생활안정은 물건너 가게 된다. ○임금동결에 부정적 영향 물가 불안은 노사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어서 임금 협상철을 맞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6대도시 시내버스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올해 임금협상의 첫 「불상사」가 될지 모를 상황으로 가고 있다. 임금안정은 물가안정을 전제로 한다. 지수물가도 지수물가지만 생활물가의 불안은 임금협상의 지렛대 구실을 한다. 최근 재계에 임금동결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물가 안정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물가안정 의지를 다져 임금동결 분위기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찬물을 끼얹어 노사화합 분위기를 깨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가 두자릿수로 가격과 요금을 올리면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임금을 빌미로 파업을 하지 말라고 하기 어렵고, 그런다고 먹혀들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고통분담에 흔쾌히 동참할 수 있도록 물가관리에 세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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