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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5월 인천시 논현동 소래ㆍ논현택지지구에서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 820가구에는 청약 1순위에서 1,227명이 신청해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7일 현재 756명이 계약해 계약률이 92%까지 상승했다. 반면 LH가 지난달 인천 서창2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급한 공공분양아파트는 855가구 모집에 45명만이 청약해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다. 3.3㎡당 700만원대로 분양가가 저렴해 실수요자들이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저조한 청약결과에 LH 관계자들도 당혹해 했다.
LH의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굳이 큰 돈 들여 집을 장만하기보다는 주변 전세가격보다 저렴하게 살다가 10년 뒤 분양 전환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 소비구조가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임대아파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2일 LH에 따르면 올해 16곳에서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 중 대구신서혁신도시 B3블록을 제외한 15곳이 100%가 넘는 청약 접수율을 기록한 가운데 대부분 계약률이 90%를 넘어섰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LH가 최초로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10년 임대)은 22가구 모집에 135명이 신청, 6.1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모든 가구가 계약을 끝마쳤다. 분양아파트 314가구와 함께 공급된 청주탑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임대아파트 86가구도 완전 판매됐다. 제주혁신도시 A1블록(236가구)은 청약경쟁률이 1.44대1에 불과했지만 100% 계약됐다. 이 밖에 6월 총 1,548가구의 임대아파트가 공급된 수원광교 4개 블록도 모두 순위 내 마감됐고 3개월 만에 계약률이 85~97%에 이르러 연내 모두 주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급이 이뤄진 지역에서도 임대아파트는 순조롭게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하고 있다. 이달 초 고양 원흥 보금자리주택지구 A3블록에서 공급된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일반공급 물량 271가구 중 1,004명이 몰려 평균 3.7대1을 기록했고 84A타입은 39가구 모집에 211명이 신청, 5.41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962가구를 모집한 양주옥정신도시 내 공공임대도 1,132명이 신청해 2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반면 공공분양아파트는 최근 들어 미분양이 잇따르고 계약률도 저조한 편이다. 올해 공급된 공공분양아파트 중 100% 계약에 성공한 곳은 경북혁신도시 Ab2블록(660가구)이 유일하다. 제주ㆍ대구신서ㆍ울산우정 등 혁신도시 내 공공분양아파트는 80~90%의 계약률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수원호매실ㆍ평택소사벌 등 최근 수도권에서 공급된 물량은 대거 미달사태를 빚고 계약률도 50%를 밑돌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공공임대아파트는 인근 지역 아파트의 전셋값과 비슷하거나 20%가량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되기 때문에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의무임대기간인 10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을 통해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주택시장 침체와 집값 약세로 주거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공공임대아파트나 장기전세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주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