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해설실에 들어온 서봉수 9단이 서반의 진행을 검토하더니 말했다. 위빈이 백30을 두기에 앞서 8분쯤 뜸을 들일 때였다. “해봉선생의 제자가 오늘은 판을 잘 짜놓았구나.”(서봉수) “위빈이 뭔가 좀 잘못 둔 느낌이지요?”(조대현) “맞아. 우상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 같아. 돌을 6개나 투자했는데 얻은 것은 신통치가 않아.”(서봉수) 백30은 지나친 몸조심 같지만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어보인다. 참고도1의 백1 이하 5로 두자니 흑6으로 밀어올리는 수가 너무도 빛난다. 그렇다고 백3으로 4에 내려가는 것은 우하귀의 실리를 내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흑33에 5분. 해설실의 조대현은 가로 우변을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장쉬는 좀더 실리적인 착상을 하고 있다. 백34는 변화를 구한 수. 그냥 35의 자리에 두어 흑 한 점을 잡기는 싫은 장면이다. 백36은 참고도2의 흑1로 잡아 달라는 주문이다. 그것이면 백2 이하 6으로 멋지게 수습할 작정. 그것을 간파한 장쉬는 흑37로 웅크렸다. 흑39를 보고 서봉수가 쿡쿡 웃었다. “위빈의 인내력을 또 시험하는군.”(서봉수) “곱게 받아 주겠지요?”(조대현) “물론이지. 위빈은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칼을 뽑지 않아요. 그리고 흑89가 꼭 좋은 수라고 볼 수도 없잖아.”(서봉수)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