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원론적 방향에서는 맞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증진은 국민연금의 실질 주인인 국민의 안정적인 연금복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기본적인 연금의 책무다.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 오너의 전횡 견제,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공공성 확보가 함께 이뤄지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어느 선까지, 어떤 방식으로 주주권을 강화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연간 3,000건 가까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들은 국민연금이 미리 정해놓은 원칙, 다시 말해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문제는 지침 자체가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주가치의 이익에 반하는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이 그것이다. 이 조항을 들어 어떤 경우에는 반대하고 비슷한 다른 경우에는 찬성하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이 종종 발생한다.
의결권 행사지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애매한 사안에 대해 연금의 입장을 정해 건의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기능과 전문성, 독립성 강화가 숙제다. 현재 전문위원회에 올라오는 안건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유명무실한 셈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전문위원 2명의 사퇴파동이 발생해 위원회가 파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방법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도 있을 수 있다. 최근 하나금융이 국민연금에 사외이사후보 추천을 요청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성이 담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