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개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에 따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이 의무화된 이후 보름 만에 신규 계좌가 7,000계좌에 육박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의 IRP 신규 계좌수가 6,8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3곳이 1,000계좌 이상 신규 가입을 받은 가운데 다른 증권사들도 마케팅을 강화하며 계좌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운용기간 중 발생한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에 따른 과세이연 효과 ▦1,200만원 한도 추가 납입 가능 ▦연간 400만원(연금저축 합산) 소득공제 혜택 등 기존 퇴직연금 상품이나 개인퇴직계좌(IRA)에서 확대된 강점이 매력으로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규 계좌 유치에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7일 기준 삼성증권의 IRP 신규 가입 계좌는 3,100개다. 기존 IRA가 800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동안 2,000여개가 늘어난 셈이다. 삼성증권의 IRP 돌풍은 낮은 수수료의 영향이 크다. IRP는 기존 퇴직연금과 달리 상품 운용에 뒤따르는 수수료를 회사가 아닌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낮은 수수료가 상품을 선택하는 큰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IRP수수료가 0.35%로 업계의 절반 수준인 삼성증권 IRP의 상대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저렴한 수수료에 물가연동채 등 장기채권 위주로 편입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은행예금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개인 개별 가입과 회사(법인)를 통한 가입 비중이 3대7로 법인 가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법인들의 IRP 가입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가입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00개 신규 계좌를 유치하며 삼성증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유상호 사장이 편지를 통해 "IRP는 지속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앞으로 수익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고객유치를 당부할 정도로 IRP 시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이 법인을 통한 단체 가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한투증권은 개별 개인 가입이 신규 계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보승 WM사업본부 은퇴컨설팅팀장은 "2006년부터 올 1분기까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6.05%로 57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4위를, 확정기여(DC)형이 7.15%로 2위, 개인퇴직계좌(IRA)가 7.35%로 1위를 기록했고, DC형의 누적 수익률은 53.93%로 업계 1위"라며 "IRP의 향후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기존 상품들의 성과가 좋은 만큼 개별적으로 상품에 문의하고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 차원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쳐 계좌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최대 23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IRP 적립금도 현 4조3,000억원에서 4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사들의 계좌유치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