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중교통 소득공제 확대가 공허한 까닭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석유소비 절감방안이 나왔다. 8개 부처가 머리를 맞댄 이번 종합대책은 수송ㆍ금융ㆍ대중교통ㆍ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비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전기차와 같은 에너지고효율 차량을 구매할 때 부여하는 세제상 인센티브 적용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자동차 연비개선 목표치를 연내 확정, 발표해 오는 202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구상까지 담았다.


이번 대책은 공급 측면에서의 고유가 단속에 한계에 처한 정부로서 절실하게 쥐어 짜낸 방안들이다.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의 조합이 이뤄질 때 정책의 효과도 커진다.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휘발유 사용은 늘어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 2015년에 가면 석유소비량이 연간 2,6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 수입량의 2.8%에 해당하니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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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9개에 이르는 종합대책 가운데 민생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중교통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이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러워 문제다. 정부는 연간 세수가 1,000억원 감소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중교통비에 대한 소득공제율과 공제금액 한도를 올린다고 생색을 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조치가 대부분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예컨대 서민계층의 4인 가족이 대중교통비로 연간 300만원을 지출하더라도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이 되지 않으면 특별히 더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없다. 연간 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을 넘는 서민 가구의 비율이 얼마나 될는지 의문이다. 실제 효과가 미미한 이런 대책은 유류세 인하 거부에 대한 여론의 눈총을 비켜가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고유가로 인한 중산 서민층의 어려움을 줄이면서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분명하다면 해당 비용을 신용카드 소득공제 범주에 넣을 게 아니라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 정답이다. 고유가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매년 1조원씩 유류세수가 느는데도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이토록 인색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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