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애인은 보조 아닌 일터 주인공"

인쇄·제본 업체 베어베터 가보니… <br>정규직 신입 30명 모두 발달 장애인으로 채용<br>CEO 강력한 의지-장애인고용공단 지원 결실

"지적·자폐 장애인 30명을 새롭게 채용하고 나니 전체 직원 62명 중 55명이 장애인이네요. 장애인들이 보조 업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터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일게요."(이진희 베어베터 대표)

5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인쇄·제본 업체 베어베터. 이날 회사에는 30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이 부푼 가슴을 안고 첫 출근을 했다.


청년실업이라는 암흑의 터널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한숨만 내쉬고 있지만 발달 장애가 있는 이들이 높디높은 취업문을 당당히 뚫었다. 3%가 채 되지 않는 의무고용률조차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태반인데 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이 행복하게 만나 결실을 맺었다.

이 대표는 "NHN 임원으로 근무하다 2010년 8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며 "장애인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 보고 싶은 생각이 늘 가슴 한 구석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인 자폐 장애 아이가 있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나온 뒤 국내 유일의 자폐 장애 관련 단체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일을 하면서 과거에 비해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의 육아나 보육 문제는 어느 정도 나아졌는데 성인 일자리는 미개척 분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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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베어베터를 설립한 이 대표는 다른 업체보다 기계나 설비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이 대표는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이 주로 출력물이 나온 후 재단이나 배달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면서도 "NHN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명함이나 소책자의 제작을 맡고 있어 매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9월26일 공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베어베터는 이번 신규 채용자 30명 역시 공단이 취업을 알선했거나 공단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수료한 인력에서 수혈 받았다.

이날 첫 출근한 윤석준(19)군은 "(나와 비슷한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좋다"며 "열심히 저축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장애가 있는 직원이 정년 퇴직할 때까지 망하지 않고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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