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판교 신도시 일대에 대한 토지투기지역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연말 개발계획이 확정돼 토지보상이 시작되면서 판교 신도시의 인접지역에 토지 투기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판교의 토지수용 보상비만도 총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외지인들과 함께 주변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 땅투기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실제로 판교 주변지역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지가가 올랐다고 한다.
문제는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고서도 정부가 왜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이 지역을 토지투기지역 심의대상에 포함시켰으나 구랍 30일 열린 부동산가격안정 심의위원회에서는 2월중 지정 여부를 결정키로 하고 결론을 유보했다. 하지만 2월에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 공시지가가 아닌 보상가 기준으로 과세해 2~3배의 양도소득세를 물리더라도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단 한차례의 판단착오가 신도시 땅투기의 화근을 키운 것이다.
물론 부동산 투기꾼들은 장소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정책을 왜곡하고 부풀려서 투기에 이용하는데 이골이 나 있으므로 굳이 정부의 뒤늦은 대응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강남의 아파트 전세값이 뛰고 거래가 중단된 상태이면서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는 과도기적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부는 당연히 신도시 지역을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했어야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 여부가 논의되면서 화폐개혁 가능성이 설왕설래 되고 있는 만큼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토지나 상가를 기웃거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은 그 자체가 서민생활인 만큼 서민생활 안정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집값과 전셋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며 “투기로 인해 서민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이 부동산 투기를 불러일으킨다면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판교가 `강남의 대체도시`를 목표로 한다지만 건설도 시작되기 전에 땅투기의 온상이 된다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따라서 정부는 판교 신도시의 주택공급 기능이 부동산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도록 주시하고 감독하는데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며, 지역별로 발생하는 작은 투기조짐 역시 사전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