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독일 국빈방문 이틀째인 11일(이하 한국시간)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 볼프강 티어제 연방하원 의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을 잇따라 면담하는 등 바쁜 순방일정을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공동관심사인 통일문제 외에도 국정현안인 행정수도 건설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구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베를린 시청을 방문, 보베라이트 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냉전시대 동서로 분단됐던 베를린을 통일 후 어떻게 재건했는지, 그리고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긴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독일 최대 도시인 베를린의 경우 인구가 서울의 3분의 1 수준인 340만이고 2대도시인 함부르크가 180만명이란 점에 대해 "독일의 균형된 도시발전이 인상적이다"고 평가하고 "독일은 어느 한 도시에 경제가 집중되지 않고도 세계에서 경쟁을 해나가 최고수준이 된 것을 우리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베라이트 시장은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연방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을 본에 잔류하게 돼 불편한 점이 많다"며 "경제적으로도 통일 이후 옛동독 지방이엣 서독 지방보다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기업들이 서독에 뿌리를 갖고 있어 동독지방에 투자하기 어렵고, 동독에 가라고 하기도 그렇다"며 "베를린에 삼성처럼 한국기업이 많이 투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삼성이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티어제 하원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행정수도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티어제 의장은 서울의 행정도시 이전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으며,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상세하게 설명을 해줬다고 배석했던 정우성(丁宇聲) 청와대 외교보좌관이전했다.
이들은 오히려 북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한 노 대통령의 의중을 집중적으로캐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베라이트 시장과 티어제 의장 모두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지금 어려움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잘 해결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티어제 의장이 "앞으로 북한의 내부가 장차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자 "북한도 궁극적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정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변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경제특구나 개성공단 같은경제지원과 협력을 통해 북한이 산업화 되고 시장경제를 경험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동독출신인 티어제 의장에게 "통독과정에서 겪은경험 같은 것을 들으려 왔다"고 하자 티어제 의장이 "그걸 얘기할려면 몇 시간 걸린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이어 노 대통령은 앞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물인 브란덴부르크문을 시찰한데 대해 "조금 모순되는 것 같은데 두가지 생각이 나더라"며 "독일의 본격적인 통일을 한 달전에도 아무도 에측 못했다는 사실, 통일을 적지 않은 사람이 20년전부터예측했다는 이런 모순적 사실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역사의 진보는 구체적인 과정은 예측하지 못하지만 멀리내다보면 갈 곳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어제 의장은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공감을 표시한 뒤 "나 역시다른 두가지, 통일은 역사적으로 정말 행운이었고, 그 통일에는 정말 큰 비용이 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며 "계속 분단됐더라면 분단의 비용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