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재벌 '다윗과 골리앗'

결과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공정위가 밀리고 있다.공정위의 거액과징금 부과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한 현대·삼성·대우·LG·SK그룹 등은 이름만 대면 금방 알수 있는 대형 로펌들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싸움에 나서고 있다. LG·대우는 국내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장, 현대는 율촌, 삼성은 열린합동, SK는 우방을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들 로펌에는 공정위 비상임위원 및 고문직 등을 역임한 공정거래법 전문변호사들이 대거 포진돼있다. 이에비해 공정위는 변호사조차 구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법정에 가기도 전에 기세싸움에서 한 수 지고 들어가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가 마땅한 변호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임료 상한지침(최고 60만원)에 묶여있는데다 그나마도 대형 법무법인들이 이들 재벌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수임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 백방으로 뛰던중 어렵사리 변호사 한사람을 구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됐다. 공정위 관계자가 지난달말 K법무법인의 P변호사를 만나 사건을 의뢰했고 P변호사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선임계약을 체결하려하자 수임을 포기해버린 것. 공정위는 이에대해 대기업들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들의 공정위변론을 맡지 못하도록 그 법무법인에 압력을 넣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K법률사무소측은 『기업으로 부터 일체의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들 5대기업들중 일부 기업의 사건을 맡고 있어 변호사윤리규정상 도의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대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K법률사무소 뿐만 아니라 다른 법무법인들도 기업들의 압력보다는 「거래관계」때문에 공정위의 변호를 맡지않고 있다는게 법조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대기업 사건의 경우 로펌들은 승소할 경우 약정 수임료외에 엄청난 성공사례보수금을 받는게 통상적인 관례다. 또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대형 로펌들에게 대그룹은 큰 고객이다. 그런 판국에 공정위의 변호를 맡았다가 미운털이 박히면 고객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결국 로펌들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위험한 게임을 할 곳이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변호를 맡은 이들 로펌들은 하나같이 완승을 자신하고 있다. 이들 대형 법률사무소는 공정위와 불꽃튀는 법률분쟁에 대비, 관련법규는 물론 외국사례에 대한 검토작업을 이미 마쳐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법률사무소들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부과에 대해 「증거부족」을 문제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모변호사는 『공정위가 명백하게 내부거래를 했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고 다만 추측성만 가지고 과징금을 부과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5대재벌과 대형법무법인들의 이같은 강공과 달리 공정위는 『변호사를 백방으로 찾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이나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는게 역력히 느껴지고 있다.【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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