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학비료·농약 NO 고성군의 농업혁명


지난달 14일 고성군 청광리의 생명농업 쌀 수확 현장에서 이학렬 고성군수와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학렬 고성군수

지난 7월 고성군의 참다래 마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고성군 관계자들과 생명환경 농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도 쌀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까." 경남 고성군이 이 같은 물음에 "할 수 있다'는 해답를 내놓았다. 고성군은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 한약재로만 재배하는 생명환경 농업을 시작한 지 2년차에 들어선 올해 예년에 비해 수확량을 늘리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경남 중남부에 위치한 인구 5만7,000명에 불과한 고성군에서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전의 농업발전은 다수확 품종 개발에 치우쳐 왔지만 고성군의 농업 혁명은 이와 다르다. 벼를 포함한 각종 농작물에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를 사용한 농법으로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고 살아 있고, 안전한 먹거리가 생산되며, 농업인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생명환경농업'의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취재 중 기자에게 "이것이 농업에 있어 혁명이 아니고 뭐냐"고 몇 번을 반문했다.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은 일부 농가나 특정 작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특히 오는 2012년까지 지역 내 논 3,000ha 등 모두 1만ha에 달하는 전체 농경지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생명환경 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기존 친환경 농업이 인체에 덜 해로운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은 자연에서 채취한 토착 미생물을 이용해 땅을 살리고 당귀, 계피, 감초 등을 발효시켜 만든 한방영양제와 녹즙 등을 수시로 공급해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완전 무공해 농업이다. 이같이 생산된 무공해 농산물은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고 가축의 배설물로 다시 농사를 짓는 '자연순환농법'이 바탕이다.』 '100% 무공해 쌀' 2년째 풍년가… 생명환경농업 정착됐다 올 가을 고성군의 쌀 수확 현장은 전국 농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생명환경농업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개천면 청광리 생명환경농업 단지. 이학렬 군수와 이군현 국회의원, 농업인 단체, 소비자단체 등 1,000여명이 생명환경농업 쌀 수확 행사장을 찾았다. 생명환경농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수확 증대라는 성적표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고성군은 기존 농업 관행에서 탈피해 '생명환경'이라는 미래형 농업의 대안을 제시하고, 생명 환경 쌀을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 했다. 벼 한 포기 이삭수·벼알수 기존 재배 방법보다 훨씬 많아
농민이 천연 농약·비료 만들어… 과수·축산분야로도 확대
◇생명환경농업 정착=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은 지난해에 이은 대풍으로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정착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은 지난해 16개 단지 재배면적 163ha를 2년차인 올해는 388㏊로 확대해 2,700여톤의 쌀을 생산했다. 현재 가공과정을 거쳐 이달부터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이 주목을 받는 것은 화학비료나 제초ㆍ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완전무공해 쌀을 생산하면서도 수확량은 오히려 늘렸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법으로 재배한 벼 한 포기에 이삭 수 18개인 반면, 생명환경농업을 적용한 호품벼와 동진1호의 이삭 수는 22~25개로 나타났다. 또 이삭당 벼알수 역시 160~180개로 관행농업으로 재배한 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기존농법이 3.3㎡당 78~80포기의 모를 심는 데 반해 생명환경단지에는 45포기를 심어 밀식에 따른 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통풍이 잘되기 때문이다. ◇녹색성장 선도=고성군이 지난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민이 직접 천연농약, 천연비료를 만들어 사용하는 '생명환경농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른 지자체나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친환경 농업으로 고비용ㆍ저수확의 구조를 저비용ㆍ다수확의 구조로 바꾸고 2년 연속 대풍이라는 '농업 혁명'에 을 이루자 주변의 시각은 180도로 바뀌게 됐다. 오히려 생명농업을 배우기 위해 다른 지자체와 농민단체들이 이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고성군을 찾고 있다. 생명환경 농업으로 '기적'을 이룬 고성군이 농업 분야에서 녹색성장을 주도하게 된 셈이다. 특히 생명환경농업은 농약과 비료를 구입하지 않고 농민이 직접 만든 천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생산비도 기존농업 보다 60% 절감시켰다. 우리나라 전체 논 100만ha를 생명환경농업으로 재배 할 경우 1조원의 생산비가 절감될 수 있다는 게 고성군 측의 설명이다. ◇과수ㆍ축산분야도 확대 추진=고성군은 생명환경농업을 참다래, 단감, 딸기, 방울토마토 등 과수에도 접목한 결과 줄기가 튼튼해지고 수확량이 증가하는 등 놀라운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한다. 또 고성군은 축산 분야에도 이를 적용해 볼 계획으로 현재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고성군의 생명환경축산은2012년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또 한번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생명환경축산은 축사바닥에 토착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7~100cm 깊이)을 만들어 분뇨가 자동 발효, 분해돼 악취가 없이 축사바닥이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시키고, 이런 조건에서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은 자가 제조 사료를 토착미생물로 발효시켜 먹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이 예방되고 최고의 안전축산물이 생산한다는 목표다.
[인터뷰] 이학렬 고성군수

"생태계 복원되고 농민 건강에도 도움" "전국토를 겉모양만 푸른 국토가 아니라 실제 살아 있는 국토를 만들려면 생명환경농업을 해야 합니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생명환경농업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과거 화학 비료를 뿌리고 살농약을 무차별 살포해 자연 생명을 말살하는 농업은 이를 먹는 사람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며 "우리 농업의 대안은 결국 생명 농업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명농업을 시작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다는데요. ▦지난해 1월 4일 생명환경농업 기반조성의 해로 선포하고, 봄에 개천면 청광리 들녘 등 군내 16개 단지 163ha에 동전1호와 남방벼를 심었다. 이때만 해도 농민들이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올해 2년째 성공적인 재배로 이런 의구심은 완전히 털었다. -환경도 많이 살아났다는데.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단지에는 메뚜기ㆍ미꾸라지 등은 물론,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긴꼬리투구새우도 발견되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 또 토착미생물과 한방영양제 등 농민들이 직접 천연농약, 천연비료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화학농약 등의 살포로 위험에 놓였던 농민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생명환경농업을 밴치마킹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는데. ▦벤치마킹이란 좋은 걸 자기에게 접목시키는 거 아닌가. 우리 국토를 위해 전국민운동으로 전개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쉽게 말해 생명환경농업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녹색농업이다. 인류생존과 관련된 1차산업인 농업을 생명환경농업으로 전환할 때 지구가 살아 숨 쉴 것으로 본다.

■ 국내외 벤치마킹 발길 줄잇는다
李대통령 "전국으로 확산 방안 연구" 지시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3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생명환경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는 참다래 마을을 방문, 직접 삽을 들고 토착미생물을 배양한 흙을 뿌려보고 생명환경농법 현장을 관심 있게 지켜본 뒤 농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생명환경농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수행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생명환경농법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8월 29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 역시 고성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둘러보고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고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생명환경농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밖에 전국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직원, 친환경농업인단체들의 벤치마킹에 이어 각급 학교 영양사, 소비자단체 등 고성군의 생명환경농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체험하려는 단체들의 방문이 잇따르는 등 지난달까지 약 2,500여명이 생명환경농업 현장을 방문했다. 또 지난 2월 25일은 러시아, 미국의 해외동포단 14명이 생명환경농업 현장을 방문하였으며, 3월 26일에는 미국 하와이카운티 자연농업인 15명이, 6월에는 미국 퀸즈YWCA회원 45명이 생명환경농업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8월 24-25일 양일 간 일본의 큐슈지역 환경보전형농업연구회 회원 및 일본자연농업협회 회원 20여명이 생명환경농법현장을 방문하는 등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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