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FIFA 회장


축구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스포츠 그 이상이다. 세기가 바뀌어도 식지 않는 열광적 인기에다 경쟁의 치열함까지 더해져 축구 뒤에 '정치'나 '외교'라는 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다 국가 간 대항전인 A매치에는 대부분 '한일전(戰)'에서처럼 '전쟁'이라는 호칭이 뒤따라 다닐 정도다. 실제로 지난 1970년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응원단끼리의 난투극은 사상자 1만7,000명과 난민 15만명이 발생하는 등 실제 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발생한 현대 축구가 20세기 들어 세계적 스포츠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FIFA가 주최한 월드컵의 영향이 컸다. FIFA가 주최한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은 조촐하게 치러졌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하면서 현재는 유엔 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09개국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 회원국과 FIFA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가 FIFA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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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달러가 넘는 월드컵 공식후원사나 TV 중계권 선정을 놓고 결정적 영향을 행사하는데다 외국에 나갈 때는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의전까지 받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역대 FIFA 회장은 장기 집권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인 쥘 리메가 33년을 집권했으며 첫 남미 출신인 주앙 아벨란제는 24년 동안 회장직을 지냈다. 얼마 전 뇌물과 독직 스캔들로 물러난 제프 블라터도 17년 동안 축구에 관한 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임기의 단임만 하면서 부패한 FIFA를 개혁하겠다고 주창했다. 정 명예회장이 FIFA 회장이 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까지 했으면서도 여전히 국제 축구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는 한국으로서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최초로서도 그 의미가 클 것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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