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빌딩엔 벤처기업이 없다

벤처빌딩엔 벤처기업이 없다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겉돌고 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정된 벤처집적시설이 상당부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정부나 지자체는 벤처집적시설을 짓기 위해 요청한 자금지원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벤처집적시설로 지정된 곳의 절반은 벤처기업이 아닌 일반기업이 입주해 있거나 심지어 룸살롱이 들어가 있는 빌딩까지 있다. 반면 벤처집적시설 부지로 지정받아놓고 건물을 지으려는 업체는 크게 늘고 있으나 벤처기업촉진법에 규정된 지원자금이 당국의 예산지원 기피로 한푼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벤처집적시설 이용실태=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월16일부터 한달간 벤처집적시설 112곳 가운데 공공에서 조성한 시설과 조성 중이거나 임대ㆍ분양 중인 42곳을 제외한 70곳의 현장실태를 조사한 결과 35곳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9곳은 벤처집적시설 지정요건상 벤처기업이 6개사 이상 입주해 있어야 하지만 3~4개사만 입주해 있거나 벤처기업이 아예 1곳도 없는 빌딩까지 있었다. 더욱이 2개 빌딩에서는 룸살롱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벤처빌딩에 벤처기업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무역ㆍ건설ㆍ유통 등 일반회사도 입주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적발된 벤처집적시설 35곳 가운데 6일까지 9개 벤처집적시설에 대해 건물전체를 지정 취소하고 나머지 26곳은 청문절차가 완료돼 건물전체나 일부를 다음주 중 지정 취소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벤처집적시설은 면적단위로 지정돼 그외 면적은 룸살롱이든 일반사무실이든 상관없이 아무런 규제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 "벤처빌딩으로 지정되면 벤처기업 외에 나머지 면적도 입주가능 업종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빌딩 신축은 더 어려워=벤처집적시설 신축계획을 제출해 지자체로부터 지정을 받은 상당수 업체들은 벤처기업육성촉진법에 정부 또는 지자체가 벤처집적시설의 건축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적용되는 사례가 전무한 형편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벤처집적시설로 지정된 30여개 업체가 빌딩 신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곳은 1곳도 없다. 이에 따라 벤처집적시설을 지정받아놓고 건축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제때에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벤처기업들은 갈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대전시 서구 만년동에 벤처집적시설을 마련하겠다며 대전시로부터 벤처집적시설을 지정받았던 D모업체는 기대했던 벤처정책자금 조달실패와 조기임대 실패 등으로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만 했고 인근지역에 벤처집적시설을 추진 중인 A모사는 법적 규정만 있는 지원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98년 5월 벤처집적시설로 지정된 경북 구미의 '산동첨단벤처센터'는 지금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칠곡첨단벤처센터도 99년 벤처집적시설 지정 이후 2년여 동안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벤처기업 지원의 경우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며 건축비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이 부문 예산확보가 불가능한 형편"이라며 "지자체들이 별도의 예산을 세워 지원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벤처집적시설 추진업체들이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대전=박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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