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의 막내딸이자 일제강점기 불행한 역사의 희생자로 알려진 덕혜옹주(1912~1989)가 황실에서 입었던 복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이 소장한 덕혜옹주의 옷과 생활용품 50여점의 사진자료와 해설이 실린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 사업의 하나로 지난 2008~2009년 진행된 조사는 이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복식 관련 유물 200여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덕혜옹주의 유품은 소 다케유키 백작이 덕혜옹주와 이혼하며 돌려보낸 옛 조선왕실의 혼례품과 딸 정혜의 한복과 생활품을 영친왕 부부가 문화학원에 기증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덕혜옹주가 첫돌 때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당의를 비롯해 대란치마ㆍ스란치마ㆍ단속곳ㆍ너른바지와 두루주머니 등이 자세히 실려 있다. 또 주칠화장경대, 오얏꽃 문장이 새겨진 은수저와 금박 수저집 등 황실에서 사용하던 물품도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한복에 맞춰 신는 오색의 하이힐 등 서양 문물 전래에 따른 전통복식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12세 어린 나이에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덕혜옹주는 19세에 다케유키 백작과 강제로 혼인했으며 외동딸인 정혜의 실종까지 겪은 뒤인 1962년에야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대 때부터 정신분열증을 앓았으며 만년에는 실어증과 지병으로 고생하다 거처였던 창덕궁 낙선재에서 1989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