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를 가나 도로나 철도 건설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사장 인근지역은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들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 알 수가 없다. 건설공사의 수행 여부는 사회·경제적 편익을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시작했으면 당초 계획기간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
공공건설사업 공기지연 초래
하지만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은 일반국도의 공사기간이 당초 7년에서 14년으로 연장되고 광역철도도 당초 계획보다 최소 4년에서 최장 19년 지연될 것으로 보았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361개 현장에 실시한 조사결과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도로·교량 공사는 당초 공기에 비해 7.6년, 철도는 8.7년, 항만은 2.6년 추가 연장될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 연장은 공사구간의 교통혼잡을 가중하고 개통 지연으로 사회적 편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투입예산이 장기간 사장되며 시설물의 노후화를 유발한다. 공기연장은 민원이나 설계변경 등으로 발생하지만 적정 수준의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가 한창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전체 예산은 올해 대비 2.5% 증가했다. 그 중 외교·통일, 연구개발(R&D), 보건·복지 분야는 각 14.7%, 10.5%, 8.6% 상승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4대강 사업을 포함했는데도 0.3% 오르는 데 그쳤다. 더욱이 교통시설 SOC 예산은 17.1% 감소했다. 그 중에 도로 17.6%, 철도 14.3%, 도시철도 28.4%, 해운·항만은 13.8%로 축소됐다.
교통시설 SOC 예산 축소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공공건설사업의 공기지연이다. 일반 국도건설 예산은 올해 1조100억원에서 내년에는 7,300억원으로 28% 축소됐다. 각 현장별로 공사의 규모와 공정률이 상이해서 현장당 적정 공사비 수준을 획일적으로 산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로공사의 적정 공사비는 현장당 연간 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도 일반국도 사업은 138개로 현재 예산(안) 수준에서는 한개 현장당 평균 52억원의 공사비가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준은 15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공기지연이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와 올해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SOC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므로 SOC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SOC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경기부양 대책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당 자동차 대수가 30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철도는 우리나라와 국토계수가 유사한 영국ㆍ그리스 등 4개국과 비교할 때 이들 나라 평균의 40~50%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비전 갖고 적성수준 투자를
우리나라 SOC 시설의 본격적인 투자는 지난 1960년대 이후로 그 역사가 짧고 급속한 경제성장과 자동차 증가 등으로 막대한 물류 비용와 교통혼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SOC 시설의 추가적인 축적이 필요하고 기왕지사 시작한 사업도 효과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SOC 투자에 따른 효과는 단기간에 실현되지 않고 장기간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그 효과가 실현된다. 교통 SOC 투자를 시대적 상황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를 반복하기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적정의 투자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