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태풍 - 장마전선 '물폭탄' 합작

5~6일째 이어진 엄청난 폭우 왜?<BR>태풍 '에위니아' 이어 '빌리스'까지…중부 장마전선에 막대한 수증기 공급<BR>태풍, 해수면 온도 높아지는 7·8월 집중 최대크기 1,500Km 핵폭탄 10만배 위력

태풍의 눈




7ㆍ8월, 대한민국은 물에 잠긴다. 초속 18m가 넘는 태풍도 강타한다. 비단 한 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마다 발생해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주고 있다. 의문하나, 장마와 태풍이 만난다면…. 둘, 왜 7ㆍ8월일까. ◇태풍과 장마가 합작한 물 폭탄= 이번 수일동안 이어진 폭우는 장마와 태풍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다. 7월이 되자 어김없이 형성된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또 태평양에서 만들어진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 에위니아는 장마전선을 바로 뒤 따르면서 한반도 서쪽을 향해 돌진했다. 장마전선을 잠시 한반도 북쪽으로 밀어 낸 상태였다. 서해안을 지나치면서 할퀴고 간 태풍 에위니아의 피해까지 어쩔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에위니아는 열대지방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세력을 우리나라로 몰고 왔다. 이 고기압세력이 내려가지 않은 채 한반도 상공에서 머무는 동안, 형성 중이던 장마전선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의 북부와 중부 지방을 오르내리고 있던 중이었다. 세력이 더 커지면서 움직임이 아주 둔화 된 상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하나의 태풍, 빌리스가 만들어지면서 이번 집중호우의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다. 에위니아가 바람잡고, 빌리스가 카운터를 날린 셈이랄까. 빌리스는 15일 오후 중국 화남지방에 상륙해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졌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빌리스는 태평양에서 품고 온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사방으로 내뿜었고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우리나라 중부 상공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에 유입됐다. 결과는 5~6일째 이어진 엄청난 물폭탄. 한반도 전체가 번갈아 물폭탄의 세례를 받는 것은 근래 드문 현상이다. 장마와 태풍이 만났을 때,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태풍, 7ㆍ8월 발생은 지구 스스로의 치유현상= 7ㆍ8월에 태풍이 오는 이유는 바로 열대지방의 에너지 축적과 관계된다. 매년 여름이면 열대 지방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된다. 적도를 내리쬐는 태양이 바다물을 증발시켜 수증기를 만들고 그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할 때 열(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이 돼야 하는 데, 7ㆍ8월이 적기다.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 등이 7ㆍ8월에 주로 발생하는 이유다. 지구는 한 곳에 모인 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신속히 고위도 지방으로 분산시킨다. 이 열 에너지가 수분과 회전력(시계 반대방향)을 갖게 될 경우가 태풍이다. 태풍은 결국 지구가 열에너지를 평형상태로 되돌리려는 자연스런 몸부림인 셈이다. 태풍의 기상학적 정의는 북태평양 남서해상(북위 8-15도)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장소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사이클론은 인도양과 오스트레일리아 부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다. 허리케인은 동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발생, 미국 등을 강타한다. 우리나라는 저기압 중심 부근에서 바람의 속도가 초당 17m를 넘어설 때 태풍이라 부른다. 세계기상기구의 초당 33m보다 기준이 낮다. 태풍은 작은 규모라도 지름이 200km에 이르며 큰 것은 무려 1,500백km나 된다. 수명은 1주일에서 1개월 정도. 위력은 원자폭탄의 10만배에 달할 정도다. ◇장마, 기단간의 세력 싸움 결과= 태풍은 열대지방에서 만들어 진 열에너지의 분출인 반면, 장마는 한반도를 둘러싼 기단간의 세력 싸움 결과다. 한반도는 양쯔강 기단, 북태평양기단, 오호츠크해 기단, 시베리아기단 등 4개 기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기단은 소멸되는 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밀고 당기는 역할을 한다. 북태평양기단이 힘이 세지면 다른 기단들을 밀어내고 계절상 여름이 오고, 시베리아기단이 세력이 커지면 다른 기단들을 밀어내고 겨울이 오는 이치다. 장마는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날 때 발생한다. 오호츠크해 기단이 초여름에 먼저 한반도에서 자리를 틀고 있는 동안, 하와이 방면에서 머물면서 힘을 비축한 북태평양 기단이 밀고와 대치상황이 전개되는 데, 이때 한반도는 장마권에 진입한다. 두 기단 모두 다습, 즉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기 때문에 전선을 만든 뒤 장맛비를 쏟아내는 것이다. 두 기단의 대치로 만들어진 장마전선의 평균위치는 6월 하순이 되면 일본열도에 걸치고, 7월 중순이 되면 한반도의 중부지방까지 북상한다. 그러나 이 무렵에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될 때이므로 장마전선의 활동도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간다. 7월 중순이 되면 북한 지방까지 북상하고 7월 하순경에는 한반도와 만주 지방 국경까지 북상한 뒤 결국 소멸된다. 물론 장마전선은 규칙적으로 올라가는 가지 않고 두 기단의 세력 싸움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한다. 고등학교 물리 때 배웠던 장마전선의 남북진동(南北振動)이다. 두 기단의 세력에 따라 장마기간 중에도 가끔 맑은 날씨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장마전선이 완전히 상륙하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고온다습한 열대기류가 전선상에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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