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인 요양병원·시설 기능 재정립하자


의학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이 가져온 고령화라는 결과물은 부메랑이 돼 선진국의 경제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의료비 문제도 그중 하나다. 이미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의료비가 전체의 30%를 넘었다. 이 중에서도 요양병원 진료비가 최근 이슈다. 요양병원 급여비는 지난 2008년 9,400억원에서 2009년 1조2,000억원, 지난해 1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요양병원 병상수도 2008년 7만6,000개에서 2009년 9만개, 지난해 11만개를 넘어서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요양병원 급여비가 쟁점이 되는 이유는 증가 폭이 큰 것도 원인이지만 장기요양시설과 기능ㆍ역할이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하 장기요양제도) 도입으로 장기요양시설이 생기기 전부터 의료적 서비스와 요양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왔다. 따라서 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할 때 둘 간의 역할 구분을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하고 조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가지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장기요양제도가 시작된 지 3년이나 지난 만큼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기능 중복되고 건보 재정난 부추겨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간의 역할 중복으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장기요양시설로 가야 할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병원에 가야 할 환자들이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해 있으면서 '고려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은 '돈 있는 사람은 요양병원에, 돈 없는 사람은 장기요양시설에'라는 원하지 않는 차별을 낳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핵심적 원인은 보건복지부의 행정체계 때문이다. 요양병원 관리는 의료기관정책과와 보험급여과가, 장기요양시설은 노인요양제도운영과에서 담당한다.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은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서로 다른 사회보험과 관리체계 하에 있다. 그러다 보니 두 사회보험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할 수 없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의료ㆍ복지 통합관리체계가 필요해진 상황을 행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건복지부 안에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간의 기능 정립을 위한 '노인의료ㆍ요양 통합서비스TFT(태스크포스팀)'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행정주체가 마련돼야 정책 개선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을 재정립하려면 장기요양제도와 건강보험제도 모두를 손질해야 한다. 장기요양제도 측면에서는 장기요양시설의 간호인력기준을 강화하고 간호인력에게 제한적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방안, 치매나 단순재활 서비스가 필요한 요양 서비스를 수행할 '전문요양시설' 종별을 신설하고 요양병원이 전문요양시설로 전환하거나 둘 다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 장기요양 인정평가 단계에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요양병원등급'을 신설해 이 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은 장기요양제도로의 진입을 막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요양ㆍ건강보험제도 손질해야 건강보험제도 측면에서는 요양병원의 수가체계를 일당정액제 방식에서 포괄수가제로 전환하고 요양병상을 전문요양시설 병상으로 전환할 때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대안들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문제 해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용과 차별의 문제도 크게 드러나고 있다.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중 어디로 갈지를 환자가 선택하는 제도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장기요양제도 관련자 등과 함께 조속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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