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형화재 막을 방법 찾아라] <하>허술한 법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소방업체들

보수업체 직원 고작 2~3명…날림 점검 일쑤<br>비용 아끼려 현장 나가보지도 않고 "이상無"<br>11조대 시장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 내줄판<br>국산품구매 늘리고 업계 자구노력 뒤따라야


"그나마 명목상 소방 안전규정은 강화되고 있는데 이를 실제로 이행해야 할 소방방재업계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운대 고층빌딩의 대형 화재 이후 허술한 국내 소방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정 강화 못지 않게 관련 업계의 선진화 역시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국내 소방법은 최근 들어 '선진국형'으로 강화되는 추세였다. 지난 7월에는 소방방재청이 단독주택에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고 해운대 화재 발생 하루 전인 지난 9월30일에는 초고층 재난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이를 실행하는 소방방재업계가 기존의 영세성과 부실관리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소방 선진국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내 소방안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려면 소방안전규정 강화와 소방방재업계 선진화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영세화로 시설 점검은 '눈가리고 아웅'=당장 화재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방재업계의 '구멍'은 소방점검업계다. 기존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점검, 보수하는 소방점검업체는 인력이 2~3명에 그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워낙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소방시설 점검은 대부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실제로 점검을 나가지도 않으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과 입을 맞춰 '이상무' 판정을 내리곤 한다"고 밝혔다. 비용을 아끼려는 관리사무소와 인력이 부족한 소방점검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관계자는 "점검이 날림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기 소방안전검사에 통과한 건물에서도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화재 초기진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술개발보다 저가경쟁에 매달리는 제조업체=소방시설업체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소방시설 제조업체들은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85%가량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보다는 업체 생존을 위한 가격경쟁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가를 내세운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은 빌라와 상가 등 소규모 건축물에 주로 쓰이고 있다"며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을 받지 않으면 납품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최소 품질요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ULㆍFM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총 5개에 머무르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의 대형화로 화재발생시 예상되는 재산 및 인명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수준이 높은 고급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국내 제조업체들은 저가경쟁만 벌이고 있다"며 "때문에 대형 쇼핑몰이나 산업용 플랜트 및 발전설비, 백화점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납품은 이미 외국계 업체 계열사들이 도맡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11조원 시장 외국계로 넘어갈 판… 국내 업계 선진화 시급=일각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소방 안전 인식수준을 업계가 따라잡지 못할 경우 11조원에 달하는 국내 소방시장을 외국계에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2008년 말 현재 소방설비제조, 시설공사, 점검 등을 포함한 전체 소방시장 추정 규모는 약 11조200억원, 관련 업체 수는 7,781개에 달한다. KFI의 한 관계자는 "소화기ㆍ경보기ㆍ스프링쿨러 등 소방설비에 UL인증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용산 미군기지 재개발 사업에서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납품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차원에서도 국내 소방업체들의 납품비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원도 UL인증 검사장비를 업체에 대여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소방방재업계의 경쟁력 제고와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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