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임원진 개편과 함께 50억원 이상의 여신과 예산의 심사를 담당하는 `특별심사반`을 별도로 신설했다. 거액여신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벌써부터 외환은행 안팎에서는 `론스타가 기업여신을 통제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비슷한 성향의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제2의 제일은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은 철저히 선별해서 취급하며 점차 줄여 나가고 돈이 되는 소매금융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외환은행은 우리은행과 함께 `기업금융에 강한 은행` 으로 꼽혀왔지만 이제 `펀드`를 주인으로 맞아 전혀 다른 색깔로 달라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50억 이상 여신 개별심사 =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이번 주초 팀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 `론프리뷰팀(Loan Preview Team)`을 설치, 50억원 이상 및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개별적인 심사활동에 들어갔다. 이 팀은 이후 특별심사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론프리뷰팀에 소속된 론스타측 인사가 최근 `노조가 계속 반발할 경우 외환은행이 50억원 이상의 여신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막말을 했다”며 해당직원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와 대립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격해져 한 발언일 뿐 큰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론스타측이 일정규모 이상의 여신에 대해서는 앞으로 직접적인 통제를 해 나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론스타는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의 거래기업에 대한 여신을 정밀 분석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는 이에 앞서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대금을 납입할 때까지 50억원 이상의 여신과 예산에 대한 사전심사를 담당하는 인수팀을 파견했었다.
◇외환은행, 제일은행 따라가나=외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는 2년 전 일본 도쿄스타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일선 영업점은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법인거래는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환업무에 특화 된 외환은행이 기업거래를 기피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한 다른 외국펀드 역시 대부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뉴브리지에 인수된 제일은행의 경우 매각 직후인 지난 99년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원화대출금 기준)이 각각 68.23%와 22.02%였으나 지난 9월에는 32.51%와 65.73%로 사실상 정반대로 뒤바뀐 상태다. 이에대해 외환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대주주와 상의해 정책을 펴 나가겠지만 갑작스런 기업대출 축소 등의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기업금융을 조심스럽게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등 내부적으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