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지금 전화하시면 나이에 관계없이 즉시 보험 가입됩니다." 아마 TV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광고 문구일 것이다. 대발이 아버지, 야동순재 등의 애칭으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국민탤런트 이순재 선생님. 그 인자하신 모습으로 어르신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나도 그 분의 팬 중 하나다. 이 보험은 어르신을 상대로 한다. 어르신들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사망하거나 아플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 보험에 들지 못하거나 보험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바로 이 보험은 어르신들의 이 구석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러나 이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만만치 않다. 나는 이 문제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2년 연속 제기했다. 이 광고의 최대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 보험은 '갱신형 상품'이다. 5년짜리 갱신형 상품은 그 기간 내 사망하거나 아프지 않으면 돈만 붓다가 끝난다. 다시 가입해야 하는데 그전에 돈 부은 것 모두 무효다. 게다가 나이를 더 잡수셨기에 위험도가 커졌다고 보험료 많이 올라간다. 그런데 광고 어디에도 갱신형 상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둘째, 보장 혜택 중 상당수가 '특약' 조항이다. 기본 계약 이외 돈을 더 내는 계약을 해야 보장받을 게 많다는 것이다. 얼마나 돈이 더 드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 물론 최종 계약할 때 제시되는 약관에 다 나와 있다. 그러나 젊은 나도 자세히 읽지 않는 깨알 같은 약관을 어르신이 제대로 읽겠는가. 난 원칙적으로 보험을 TV에서 파는 것을 반대한다. 당국은 수요가 있고 내수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오히려 확대할 기세다. 소비자 특히 어르신들이 내용도 잘 모른 채 광고효과에 혹해 덜컥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계속 보고만 있을 것인가. 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TV에서 보험파는 것을 규제할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참, 치과 관련 보험도 잘 살펴보시라. 갱신형인지, 1년에 임플란트는 몇 개까지 가능한 지 등. TV 화면에 뜨는 큰 글씨 말고 보일락 말락한 작은 글씨와 광고 말미에 엄청 빠른 속도로 뭐라 뭐라 얘기하는 여성 분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