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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국산차와 수입차시장 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 이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완성차업체 간 장벽 없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상용차 제외) 시장에서 8.0%를 차지했던 수입차(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록 기준)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9.6%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RV 포함) 10대 중 거의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갈수록 커지는 수입차의 파워를 감안하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연간 점유율이 10%를 넘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입차들이 국산차의 판매를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서 지금껏 국산차는 국산차시장에서, 수입차는 수입차시장에서만 경쟁하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시장을 놓고 싸우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현대ㆍ기아차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수입차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대차가 유독 수입차업계 행보에 신경 쓰는 곳은 하이브리드카시장이다. 현대차는 1월 한국토요타가 뉴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300만원이나 낮춘 4,290만원에 책정하자 2월부터 쏘나타 하이브리드 스마트 모델(3,080만원)로 맞불을 놓았다. 기본형에 비해 100만원 낮춘 것. 한국토요타는 다시 2월 프리우스의 부분변경 모델 3종을 선보이며 기본형은 20만원 내린 3,770만원, 실속형은 660만원이나 인하해 3,130만원으로 책정해 하이브리드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에 밀리지 않기 위해 내년으로 예상했던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내에 앞당겨 출시하기로 하고 개발에 한창이다.
박스카시장도 비슷하다. 한국닛산이 지난해 원조 박스카 큐브를 2,000만원대 중반 이하로 내놓자 기아차 쏘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기아차가 지난해 말 내놓은 박스형 경차 레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반대로 큐브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서로를 직접 경쟁모델로 거론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한국토요타는 뉴 캠리 가솔린 모델을 내놓을 때 "경쟁차종은 그랜저"라고 강조했다. 차 값이 3,390만원으로 국내 중대형 차종과 큰 차이가 없자 소비자들은 SM7ㆍ알페온 등과 뉴 캠리를 비교하고 있다.
해치백시장의 절대 강자인 폭스바겐 골프를 잡기 위해 한국GM은 지난해 크루즈5 2.0 디젤과 골프 2.0 TDI의 비교시승 행사를 열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같은 해치백 형태의 디젤 모델로 크루즈5가 골프 못지않게 뛰어난 차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차 가격이 올라가고 수입차는 중형 이하 모델들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이미 같은 링에 올라 싸우고 있다"라며 "FTA로 수입차의 가격이 더 내려간 만큼 앞으로 국산과 수입의 판매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