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단순한 주택정책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그리고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에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큰 물줄기가 바뀌는 변곡점이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데 전문가와 정책담당자 모두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우선 수도권 위주의 대량 물량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에서 지역별 맞춤형 주택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인 가구, 고령자, 저소득층 등의 증가 추세에 맞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소형주택인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 재건축ㆍ리모델링 활성화 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주택을 구입할 수 없거나 임대료 수준을 감당할 수 없는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도 시급하지만 갈 길이 먼 분야다. 갈수록 주택매매보다 임대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부담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공공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세제를 포함한 종합적 지원이 없는 한 민간에 의한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올 것"이라 고 말했다.
지방의 주택 재개발 문제도 향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책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 10년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지방 중소도시의 주택 문제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은 낙후된 주택과 인프라 개선을 재건축ㆍ재개발을 통해 민간에서 담당해왔지만 지방은 사업성과 재원 문제로 이 같은 민간주도 방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주거복지 문제에 정부가 재정을 통한 인프라 지원을 해야 한다.
주택의 양보다 질 개선을 위한 정책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준마련과 기존 재고주택 관리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일각에서는 주택정책 변동성의 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택정책 역시 극에서 극으로 바뀌면서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아파트를 공약을 내세워 도입된 '보금자리주택'은 이미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돼 이리저리 수정을 하면서 '누더기' 정책이 됐다. 다음 정권에서 유지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주택건설 분야를 경기조절이나 고용창출 등 경기부양의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일관된 주택정책을 펴지 못한 점도 문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이에 걸맞게 주택정책도 땜질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